모두의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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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진희 기자
  • 승인 2020.06.14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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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사람들이 왜 가난하다고 생각하세요?”

“시내 중심가 사람들의 정신적 삶을 누리지 못하기 때문이예요”

“정신적 삶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그 문제는 아이들에서부터 시작해야 돼요. 아이들에게 시내 중심가 사람들의 정신적 삶을 가르쳐야 합니다.얼 선생님.그렇게 하는 방법은 아이들을 도심으로 데려가 연극, 박물관, 공연, 강연을 보여주는 겁니다.그러면 아이들은 시내 중심가 사람들의 정신적 삶을 배울 수 있어요”

“인문학을 말씀하시는 것이군요”

“맞아요 얼 선생님.인문학을 말하는 거예요”

미국의 언론인이자 사회 비평가인 얼 쇼리스는 1995년 뉴욕시 베드퍼드힐스 교도소에서 한 여성 재소자와 만나 이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이 만남을 계기로 쇼리스는 1995년 뉴욕에 노숙인, 마약 중독자, 재소자 등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교육과정인 클레멘트 코스를 개설한다.

교육 기회에서 소외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은 일반 대학수준으로 철학, 문학, 예술 등을 배웠고 이것이 그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놓는다.

클레멘트 첫 과정에서는 치과의사, 간호사, 패션 디자이너들이 배출되고 이 과정 이수자중 55% 이상이 사회복귀에 성공했다.

한국에서도 2005년 노숙인을 위한 인문학 교육과정이 문을 열어 클레멘트 코스의 정신을 이어받고 있으며 전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답게 사는 것인가, 특히 한 번 밖에 없는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묻고 그에 대해 자신의 삶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 과정을 통해 최하층 빈민들은 자신의 삶을 기적처럼 변화시켰다. 돈과 권력과 명예에 상처받지 않는 인간의 품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만약 누군가 지금과는 질적으로 다른 삶을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거나 갖고자 한다면, 또 만약 누군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르게 살기를 간절히 바란다면 그 사람은 삶의 한걸음 한걸음마다 맞딱뜨리는 실존적 어긋남과 시련들을 사회적 문맥이 아닌 자기 손으로 짠 대안적 문맥으로 해석하며 대처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이런 인문공부가 제대로 꽃필 수 있게 하는 햇빛과 물이 바로 교(강)사다' (고병헌 / 당신만의 자유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며)

진천군립도서관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길 위의 인문학' 수행기관에 5년 연속 선정되었다.

지난 2018년에는 문체부가 주최하고 한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 2018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공모평가에서 우수도서관으로 선정되어 한국도서관협회장상을 수상했다.

길 위의 인문학은 인문학의 대중화와 인문정신문화 확산을 위해 지역 주민에게 역사, 문화, 예술 등의 다양한 컨텐츠를 활용해 인문학 강의와 탐방을 진행한다.

진천군립도서관은 참신한 기획과 탄탄한 경험이 빚어 낸 내공으로 `衣食住 인문학을 입다, 먹다, 살다'라는 주제로 지역주민들을 인문학적 성찰의 여정에 초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무너진 일상에서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일상 속 근본적인 즐거움을 주는 의식주에 대해 인문학적으로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한자의 문(文)에는 글자 외에 무늬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인문(人文)은 달리 사람의 무늬라 말할 수 있다.인간에 대한 이해를 통해 나 자신의 무늬를 발견하고 가꾸고 세상에 펼쳐 보이는 여정에 진천군이 손을 내밀었다. 그 초대장이 인문공부가 제대로 꽃필 수 있게 하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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