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와 아파트 가격
베이비부머와 아파트 가격
  • 오영근 기자
  • 승인 2020.06.0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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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석
오영근 선임기자
오영근 선임기자

 

올해 충북의 최대 화두이자 최대 수확은 누가 뭐래도 `방사광가속기'청주유치다.

청주시민들은 전문가가 아니면 알지 못할 그 방사광가속기를 `100년의 먹을거리'라며 쌍수들어 환호했다. 그리고 청주지역 아파트 가격 폭등을 그 첫 선물(?)로 받았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춤하던 청주권 아파트값이 방사광가속기 유치로 재차 불붙었으니 말이다.

다시 타오른 불길은 그 기세가 퍽 사납다.

이달 첫 주 청원구의 아파트값 상승폭은 1%로 두 주 연속 전국 최고를 찍었다. 오창 호수공원 주변 아파트는 1억~1억5000만원의 웃돈이 붙었다고 한다. 최근 분양된 흥덕구 테크노폴리스에는 불과 며칠 새에 1억원의 프리미엄이 붙었다는 아파트도 있다고 한다.

불과 3~4년 전 3000여채의 아파트가 쌓여 미분양관리지역이 됐던 것과 극명히 대조되는 현상이다.

아파트값 `광풍'이란 말이 지나치질 않는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이런 아파트값 광풍을 외지투기세력이 주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말끝마다 부정론이 따라나온다. 값만 오른 채 실거래가 끊기면서 되레 가격하락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걱정이다.

가격하락으로 인한 거래절벽은 전세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도 전망한다. 결국 아파트값 광풍의 피해는 실수요자인 청주시민, 또 서민의 몫이 될 듯싶다.

이런저런 이유로 아파트 가격 취재차 관련자료를 뒤지다 흥미로운 사실과 만났다.

KB국민은행이 내놓은 1986년 이후 국내 아파트가격을 시계열(時系列) 분석한 자료다.

주택이 아파트 중심으로 바뀌기 시작한 뒤 아파트가격 폭등이 처음 나타난 시기가 1987년~1990년이다.

해마다 9%에서 32%대까지 폭등했다. 이 시기를 인구구조와 비교하면 `베이비부머세대'가 등장한다.

베이비부머는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다. 한국전쟁 전후세대로 해마다 100만명 이상이 태어났다. 아파트값이 크게 올랐던 1987년~1990년은 이들 베이비부머세대가 25~33살이 되던 때이다.

사회생활 시작과 함께 결혼을 하던 시기로 신혼주택 수요가 폭증했다고 한다. 그 결과 아파트 값이 뛰었다. 베이비부머가 당시 아파트가격 상승을 견인했다는 얘기다.

베이비부머세대인 기자도 이때 경찰관 입회하에 아파트 추첨을 했던 기억이 있다.

신기하게도 이로부터 3~4년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하락세였던 것으로 통계는 전한다.

이후 아파트가격이 두 자리 수 상승세를 보인 때가 또 있었다. 2001년에서 2002년으로 두 해 연속 14%와 22%가 올랐다.

2002년은 한·일 월드컵이 열렸으니 월드컵 특수 경기 흐름과 맞물린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때도 베이비부머와 연결된다. 40대 중년이 된 베이비부머세대에게 부모 외에 자녀의 성장으로 대형아파트가 필요했던 시기란 것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 무렵 아파트의 평균면적이 82㎡(24평형)으로 역대 가장 컸다.

지난 40년 동안 아파트의 평균면적은 74.9㎡였다.

2016년에는 69㎡로 훨씬 줄었다. 출산율 저하로 4인가구 비율이 줄어든 결과다.

1인 세대가 대세인 요즘엔 원룸같은 초소형아파트가 인기란다. `베이비부머에서 이젠 1인세대'로.

국내 아파트 가격 흐름은 이렇게 국민들의 삶이 투영돼 흘러왔다.

요즘 빚어지고 있는 청주지역 아파트가격 폭등도 그런 흐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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