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빌리러 왔어요
책 빌리러 왔어요
  • 민은숙 청주동주초 사서교사
  • 승인 2020.06.08 2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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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민은숙 청주동주초 사서교사
민은숙 청주동주초 사서교사

 

사람 사는 거는 크게 다르지 않다 싶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조금 더 편해졌다는 거 외에는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편의점 대신에 주막이 있었고, 학교 대신에 서당이 있었던 것처럼 많이 달라지긴 했으나 사람 생활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왠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하냐면, 이번에 소개할 도서가`책 빌리러 왔어요'(오진원 글, 정승희 그림, 웅진주니어)'라서다.

이야기는 돌쇠가 시장에서 홍길동전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시작된다. 홍길동전을 처음부터 듣지 못해서 다시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조르다 세 책방에 대해 알게 된다. 세책점의 책이 그렇게 재밌는 줄은 몰랐던 돌쇠. 세 책방의 책은 한글로 되어 있어 자기도 읽을 수 있다며 신나게 달려간다. 홍길동전 외에도 숙향전, 구운몽, 수호전 등 재미있는 책이 많다. 세 책방 주인에게 책을 빌려 달라고 하는데 담보를 맡기라는 말에 대신 나무를 해다 주기로 한다. 닷새를 약속하고 일한 지 셋째 날, 세책방 주인은 돌쇠에게 일을 한 번 해보라고 한다. 그렇게 세 책방에서 일을 하며 책을 읽는다는 이야기다.

세 책방에 대해 생각해 본다. 서점이자 도서관, 출판사의 역할을 겸하고 있는 곳이다. 조선시대에 사람들에게 문화를 전달해 주는 곳이었으리라. 처음에는 양반집 부녀자들로 시작되어 나중에는 노비까지도 드나들며 한글을 배우고 깨쳐 재미있는 소설을 읽었다고 한다. 책이 귀했기에 놋그릇을 담보로 했다. `책쾌'라는 책을 베끼는 직업이 생겨났고, 한글 보급에 일조했다.

생각해보면 일자리 창출, 문화생활 영위, 모든 계층을 아우르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한 셈 아닌가 싶다.

제본사의 이야기를 다룬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이세 히데코, 청어람미디어)도 좋았지만 우리 이야기가 아니기에 혼자 재밌게 읽을 뿐이었고, `책과 노니는 집'(이영서, 문학동네)은 고학년도 어휘가 받쳐주지 않으면 혼자 읽기 버거워하더라. 그래서 우리 옛 책 이야기를 해주면 좋겠는데 좋은 책이 없다고 했던 아쉬움이 덜어지는 느낌이다. 누구나 쉽게 알 만한 이야기고, 3학년 정도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으니 책에 대한 흥미를 돋우기에 좋은 책인 듯하다. 홍길동전, 전우치전, 흥부전, 춘향전, 장화홍련전…. 우리 옛 이야기를 읽게 되는 계기로 만들 수도 있을 듯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 중 한 사람으로, 동지 이야기를 읽은 것 같아 흐뭇한 책이었다. 특히 코로나19로 공공도서관이 폐쇄되어 책을 직접 만지지 않고 컴퓨터 화면으로 목록과 설명만 보면서 책을 골라야 한다는 건 은근 괴롭고 번거로운 일이었다.

도서관 소파에 편안히 앉아 여러 책을 잔뜩 쌓아두고 어느 책을 대출해갈까 하는 일상이 오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겠지만, 20일부터는 그래도 도서관 내에서 대출이 가능해서 즐겁게 다녀왔더랬다. 아마 돌쇠 마음도 비슷했지 싶다.

평생 재미있는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눈 관리, 건강관리, 마음 관리 꾸준히 하면서 좋아하는 작가의 다음 책이 나올 때까지 건강히 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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