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와 플라스틱 재앙
포스트 코로나와 플라스틱 재앙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0.06.08 2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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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2018년 8월 1일, 우리나라 정부는 전국의 커피숍과 패스트푸드점, 제과점에서의 일회용품 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했다. 지구의 환경오염에 주범인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면서 제로 운동을 실천하는 의미 있는 첫 걸음이었다.

당시 매장마다 약간의 혼선이 빚어졌지만, 지구를 지키기 위해 불편을 감수하자는데 국민적 공감을 얻었다. 정부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2021년까지 매장 내 종이컵 사용을 금지하고, 비닐봉지는 2022년에 사용제한 후 2030년에는 전 업종에서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일회용품 사용량을 2022년까지 35%를 줄이겠다는 야심 찬 계획도 발표했다.

이는 세계 각국도 마찬가지다. 더는 물러날 곳 없는 플라스틱 환경오염에 유럽연합이 2020년에는 플라스틱 10대 품목을 출시 금지하기로 했고, 미국, 캐나다, 대만 등 각국도 일회용 비닐봉지 억제책을 발표하는 등 플라스틱 재앙으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했다.

하지만, 이러한 환경 실천운동도 제동이 걸렸다. 올해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가 세계 각국의 일회용품 줄이기 노력도 물거품으로 만든 것이다.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기 위한 지구환경정책이 위생의 문제로 일회용품 사용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한순간에 후퇴하는 사태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청주시에 쓰레기 대란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코로나19로 폐플라스틱의 적체가 심한데다 택배와 배달 음식으로 일회용품 배출량이 크게 늘면서 쓰레기 대란이 예상된다는 주장이었다. 그만큼 일회용품 플라스틱이 생활의 문제로 다가온 것이다.

이는 그간 코로나19와의 사투 과정을 보면 더 확연해진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새 플라스틱에 대한 수요 증가는 모든 일상에서 일회용품이 감염 예방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전 국민이 일회용 마스크를 쓰고, 매장은 물론 가정에서도 일회용품 사용이 보편화하면서 다량의 플라스틱 제품들이 소비로 이어졌다.

그런가 하면 코로나19 의료진들의 방호복과 장갑, 마스크 등 대부분 의료도구가 플라스틱으로 된 일회용품이라는 점에서 사용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미국 보건사회복지부는 코로나19가 확산 일로에 놓이자 긴급상황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라 발표했고, 지난 3월에는 코로나 사태 동안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환경법 적용과 벌금을 완화했다. 우리나라 역시 대형 매장에 제한했던 일회용품 사용을 한시적으로 허용하면서 환경정책이 코로나19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포스트 코로나가 가져올 플라스틱 재앙은 불 보듯 뻔하다. 더구나 바이러스 전염병이 되풀이되면서 일회용품은 영구적 환경재앙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문가의 우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10년 간 플라스틱 생산량이 오히려 40% 증가할 것이라는 영국 한 매체의 분석처럼 편리함에 기대왔던 자본주의의 결과물이 이제는 인류에게 재앙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플라스틱 쓰레기는 땅에 묻거나 잘게 잘라 바다에 버리는 방법으로 처리한다. 땅에 묻으면 500년이란 시간이 필요하고, 플라스틱류가 땅을 덮으며 온실효과를 가져와 지구온난화를 가중시킨다. 바다에 버리면 해양생태계가 심각한 위협을 받는다.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박힌 바다거북이 피를 흘리고, 플라스틱 조각을 먹은 물고기가 죽어가는 모습은 인류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처리방법이 마땅치 않은 일회용품 플라스틱은 사용을 줄이는 것 외에 다른 해결책이 없다.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지구환경정책으로 인류 재앙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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