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기본소득제
예술인 기본소득제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0.06.08 2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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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지난 주말, 모처럼 극장가에 활기가 돌았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전국 극장 관객 수는 33만4596명으로 나타났다. 토요일인 6일 하루에만 16만여명의 관객들이 극장에서 영화를 봤다. 하루 관객 수만 따지면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한 지난 3월 이후 가장 많은 사람이 찾았다. 전날인 4일과 5일에도 하루 관객 수가 8만여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휴일이 아닌 평일에 하루 관객 수가 8만명을 넘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극장가에 모처럼 인파가 몰린 것은 영진위가 `살포'한 6000원짜리 할인권 덕분이다. 영진위는 영화발전기금에서 90억원을 출연, 133만3000여장의 할인권을 지난 1일부터 국내 멀티플렉스 4사에 배포했다.

그러자 1만원짜리 영화 티켓을 60% 이상 할인된 값에 살 수 있게 된 관객들이 속속 극장으로 몰리게 된 것이다.

극장가에 관객의 발길이 다시 돌아온다는 소식에 웃게 된 주식 투자자들도 있다. 국내 극장 점유율 1위 기업인 CJCGV의 주식을 산 사람들이다. 지난해 목표 주가가 6만원대였던 이 회사의 주가는 올해 초 코로나19가 발발하면서 3만원대에서 지난 3월 1만3900원으로 폭락했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가 최근 2만1000원에서 지난 9일 2만6000원대로 20여일 만에 20% 이상 상승했다. 관객 수가 늘어야 영업이익이 늘고, 영업 이익이 늘어야 주가도 상승하는 이 회사의 특성상 당분간 영화 할인권이라는 호재는 주가의 상승을 불러올 전망이다.

그러나 모처럼 활기를 띤 극장가와는 달리 정작 영화계는 아직 여전히 신음 중이다. 영진위가 지난달 발표한 `코로나19 충격: 한국 영화 산업 현황과 전망'이란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총 82개 영화 작품이 213억원대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작품 1편당 평균 피해액은 2억6389만원이며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작품은 33억원에 달했다. 피해 작품 중 절반이 제작 단계에서 연기, 중단되거나 아예 취소된 상태다.

가장 심각한 것은 고용 감소다. 제작 투입 인력은 물론 연기자들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생계를 걱정하는 처지가 돼버렸다.

연극계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가뜩이나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코로나19의 확산은 업계 전체를 초토화했다.

종사자의 90% 이상이 생계 때문에 거리에서 다른 직업을 찾고 있을 정도다.

한국소극장협회와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 4월의 연극공연 취소 비율은 무려 90%에 달했다. 1월 연극 관람객 수와 총 매출액은 18만여명, 29억원이었으나 4월에는 불과 2만여명만이 소극장을 찾았다. 총 매출액은 5억원으로 1월에 비해 반의반토막이 났다.

그러는 사이 배우와 스태프 등 최일선에서 종사하던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실업자 신세가 됐다. 문제는 이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 프리랜서 형태로 일하는 공연계 종사자들은 실업수당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처지다.

정부가 이들을 위해 지난달부터 매달 50만원씩의 고용안정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3개월간의 시한부 지급 조건이다. 일단 가뭄의 단비 같은 지원금이지만 보다 `예술인 기본소득제'도입 같은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소득 3만불 시대, OECD 선진국 진입을 넘어 G11 회원국 반열로 거론되는 2020년의 대한민국. 하지만, 공연계의 체감 지수는 여전히 `1970년대 후진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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