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봄과 같은 풍광 `옥천 상춘정'
늘 봄과 같은 풍광 `옥천 상춘정'
  • 김형래 강동대 교수
  • 승인 2020.06.07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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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옥천 상춘정 전경.
옥천 상춘정 전경.

 

상춘정(常春亭)은 옥천군 청성면 상계리 동쪽을 흐르고 있는 보청천 한가운데 솟아 있는 독산 정상에 위치하고 있다. 보청천변과 독산을 둘러 싼 강물과 주변 들판이 어우러져 풍광이 빼어난 곳이다.

특히 상춘정 벚꽃 길은 2019년 옥천군을 대표할 수 있는 아름답고 가치 있는 관광명소 선정시 옥천 팔경 후보지에 오를 정도로 이 지역의 명소이다.

청성면은 지금은 옥천군에 속하는 하나의 면이 되었지만, 신라에서는 굴현이라 하여 지금의 보은인 삼년산군의 속현으로 되어 있었다. 보청천의 하류 지역인 청성면 일대는 신라에서는 교통이나 군사적 측면에서 아주 중요한 후방기지였다. 이곳에서 보은 삼년산성이나 상주 금돌성까지는 하룻길이며, 옥천 관산성 방면, 심천-영동-양산-금산방면을 통해 백제 사비성까지 큰 장애 없이 도달할 수 있는 길목이었다. 지금도 면소재인 산계리에는 신라가 이 지역으로 진출하면서 쌓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성산성과 저점산성이 남아 있다. 이성산성은 소지마립간(炤知麻立干) 8년 정월에 이찬 실죽(實竹)을 장군으로 삼아 일선(一善, 현 善山) 지방의 장정 3천을 징발하여 삼년산성과 굴산성을 개축했다는 삼국사기의 기록에 나오는 굴산성으로 비정되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상춘정이 위치하고 있는 독산은 원래 속리산에 있었는데 어느해 장마때 이곳까지 흘러왔다고 한다. 그러자 속리산 주지스님이 중을 보내 이 독산이 자기들 것이라면서 해마다 세금을 걷어갔다. 그러던 어느 해 속리산에서 스님들이 오자 새로 부임한 젊은 현감이 “저 독산은 우리가 가져온 것이 아니고 제멋대로 온 것이니 도로 가져가시오”라고 하여 그 후로는 청성사람들이 독산에 대한 세금을 물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지질학적으로 중국의 장가계나 베트남의 하롱베이와 같은 카르스트 지형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노년기 지형이고 화강암이 발달하다보니 장구한 세월 씻겨나갈 것은 다 씻겨나가고 남은 결정체가 이렇게 독산형태로 남게 되는 것이다. 단양의 도담삼봉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상춘정은 박춘식 청성면장(재임기간:1970.09.05.~1972.10.15.)이 주도하여 건립하였다고 전해오고 있으니, 1970년데 초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상춘정 아래로는 산계리 보(洑)가 물을 가둬 제법 큰 호수 같고, 강 건너로는 넓은 모래톱과 옥천 일대에서 가장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어 보청천 물줄기가 만들어낸 최고의 명장면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특히 아침과 해질 무렵 풍경으로 이름난 출사지(出寫地)이기도 하다. 최근 정자 주위로 데크와 난간을 설치하여 관람객이 안전하게 정자에 올라 주변경관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정자는 정면 1칸, 측면 1칸의 겹처마, 팔작집으로 소로수장으로 마감하였다. 건물구조는 콘크리트 기단위에 콘크리트 팔각주초를 놓고 그 위에 원기둥을 세웠다. 공포는 이익공형식으로서 창방뺄목과 주심도리 받침장여의 단부에 익공을 설치하였다. 건물은 소박하고 평범하나 주위 경치와 어울려 옛 멋을 돋구어준다.

정자는 세워진 위치나 건립한 취지에 따라 기능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대개의 정자는 수려한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정자 주인을 포함한 정자를 찾는 사람이 주변의 자연과 소통을 통해 조화를 이루는 공간으로 기능하였다. 전통시대의 정자는 지역의 지식층이 향유하는 문화공간이었다. 주로 명문가의 선비나 문중의 중론으로 건립하였고, 그 지역은 물론 인근 지역 지식인의 회합장소로 활용되어 지역 문화를 이끌어 왔다.

김형래 강동대 교수
김형래 강동대 교수

 

옥천 상춘정은 건립연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근·현대에 건립된 정자의 형식을 살펴볼 수 사례로서 의미가 있다. 이렇게 근·현대에 건립된 정자가 놀이 공간으로서의 기능만이 아닌, 그 속에서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추구하던 선현들의 문명 의식을 찾아가는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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