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무단투기, 인성의 문제
쓰레기 무단투기, 인성의 문제
  • 박동현 청주 복대2동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 승인 2020.06.0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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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박동현 청주 복대2동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박동현 청주 복대2동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한두 해 전인가 복대2동 행정복지센터가 소형 폐기물 접수 건수 관련 청주시 1위를 달성(?)했던 적이 있다. 작은 동네에서 무슨 생활쓰레기가 그리 많이 나오기에 1위씩이나 했을까,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 폐기물이 많은가라며 놀랐던 기억이 있다. 시간이 흘러 그 복대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근무하게 됐는데, 내부에서 보고 겪는 폐기물 민원은 상상 이상의 놀라움을 안겨줬다.

근무시간 내 자주 듣는 단어 최상위는 바로 `쓰레기'이다. 버리는 사람이 적고 치우는 사람이 많아도 그 적은 쪽을 당해내기 어렵다. 무분별하게 배출된 비정상 쓰레기들은 쓰레기 총량을 늘리는 데다 다수의 선량한 주민의 생활 불편을 야기한다. 시각적·신체적·경제적 피해는 물론이고 이웃 간 정서, 동네의 품격, 행정력과 세금의 낭비 등 얽혀 있는 문제가 너무나도 많다. 무단투기 신고와 피해자의 항의는 증가세에 있고, 피해자에게 빙의해 느꼈던 공감과 안타까움은 노출 피로가 쌓여 무감각한 딱지가 됐다. 심지어 나는 청소나 쓰레기 관련 담당자도 아니다.

소위 상습 무단투기 전문가가 작정하고 버린 쓰레기에서는 격마저 느낄 수 있다. 개인 정보 흔적은 찾을 수 없고 생물·무생물의 품목을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전봇대 밑에 언제나 있는 검은 봉지. 비양심과 죄책감을 숨기고픈 마음이었을까, 검은 덩어리들은 속이 비치지도 않고 뜯기도 겁이 난다.

투기행위는 이웃도 모르고 감시 카메라도 모르게 은밀하게 이뤄져 단속이나 조치는 매우 어렵다. 대민 홍보, 단체 청소, 경고장 발부, 야간 잠복 감시 등을 반복하지만 계도나 단속은 쉽지 않을뿐더러 또 다른 거세고 뻔뻔한 항의를 야기해 악순환이 반복된다.

폐기물 배출 신고는 생활 중 배출하는 쓰레기, 집기 따위를 신고하고 이에 상응하는 만큼의 액수를 내야 가능하다. 물론 비용 지출이 따르니 아까운 마음이 들겠지만 기본이고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에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쓰레기 버린 범인 찾기, 관공서 찾아가 민원 넣기 등 왕성하던 개선 의지도 종국에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제 돈 내고 처리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주관적으로 정상적인 쓰레기 접수 건은 그 수가 늘어감에 따라 주민의식도 비례 성장하는 듯한 일종의 지표 같은 느낌을 갖게 하는데,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과태료 같은 외부적 제재보다 개개인의 공동체 의식과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깨진 유리창 효과'처럼 1회용 카페 컵이 버려진 자리에 내 컵을 살포시 두는 행동은 한결 자연스럽고 수월하다. 또 빨간 신호등도 함께 건너면 무섭지 않다.

틀렸다. 반성과 각성이 필요하다. 시대가 바뀌고도 모자라 무단투기는 불법을 넘어 투기자의 인성조차 의심케 한다.

올바른 쓰레기 배출과 줄이기. 그동안 잘해왔다면 으스대며 앞으로도 꾸준히 하고,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 이제라도 바로잡아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쓰레기 배출형 인간이 되지 않도록 올바른 주민의식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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