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 나쁜 사람 그리고 괜찮은 사람
좋은 사람, 나쁜 사람 그리고 괜찮은 사람
  • 임현택 괴산문인협회지부장
  • 승인 2020.06.03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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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임현택 괴산문인협회지부장
임현택 괴산문인협회지부장

 

주말 오후, 공설운동장을 들어서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먼저 반긴다. 어린아이 대여섯 명이 와글와글 바닥에 나뭇가지를 꺾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한 바퀴를 돌고 왔는데도 여전히 그림 그리느라 시끌벅적 열중이다. 못 본 척 외면하고 또 한 바퀴를 돌아오자 바닥엔 커다란 화폭이 완성돼 있었다.

서양의 할로윈축제의 호박가면처럼 반달눈에 세모 코 그리고 활짝 웃는 커다란 입을 그려놓곤 그 아래 `조은사람', 반면 쭉 찢어진 세모눈에 삐쭉거리는 입을 그려놓곤, `나쁘사람'이라고 써놓고 서로 깔깔거리며 좋아한다. 자연스레 선인(善人)과 악인(惡人), 아이들 눈높이에도 험상궂게 생긴 악인은 눈이 위로 올라가고 입이 삐뚤어지게 보이나 보다.

운동장을 도는 내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한다. 헝클어진 머릿속은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의 잣대는 어떤 기준일까? 난 어느 쪽일까. 숭숭한 상념이 머릿속을 헤집는다.

이웃끼리도 인사도 없는 요즘 세상 흉흉해지고 각박한 세상에 흔히 `그 사람 인상 좋아'잘생기고 세련된 사람보다 잘 웃고 얼굴이 밝은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 말한다. 반면 인간관계에 흥미를 잃고 싫증을 느끼는 시기 `관태기'라는 신조어가 탄생하는 현실. 혼밥, 혼술, 혼여행 등 혼자서 하는 일이 대세인 요즘, 너와 나 우리라는 사이에 권태를 느끼면서 관계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

그뿐인가 온라인이나 SNS으로 인맥을 맺으며 가상현실 속에 빠진다. 이처럼 우울하거나 나태한 생활에 젖어 타인과의 관계에서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는 관태기족. 그들의 성향이 이기적이며 무표정으로 굳어지고 어두운 인상의 이미지를 지니면서 사람들을 꺼리다 보니 아이들은 그런 인상을 나쁜 사람으로 평하기도 한다.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라고 누구나 생각하고 있다. 그럼에도, 관상이 주는 이미지는 부인할 수는 없다. 관상학에 의하면 눈은 그 사람의 정신이 머무는 집이다. 눈빛은 맑고 그윽하며 총기가 있어야 좋다. 한 사람의 인상을 좌우하는 눈빛은 마치 운명처럼 타고나지만, 정신이 머무는 집이라 했듯 저마다 노력하면 눈빛도 선하게 바뀐다고 한다.

사람의 본성을 파악하는 일은 그 어느 것보다 어려운 일이다. 웃는 인상을 보고 좋은 사람이라 말하듯 활짝 웃으면 얼굴에 화색이 돈다. 또한, 진실적이고 열정적인 인상으로 인간관계도 좋아지므로 최고의 관상은 웃는 얼굴인 거다.

첫인상이 주는 이미지의 위력은 의외로 세다. 만남의 순간부터 세뇌되듯 기억 속에 자리 잡아 언제든지 꺼내 볼 수가 있으므로 웃는 기억을 남기면 금상첨화일 게다. 군자는 사람들의 마음이란 산천보다도 험난하고 하늘을 알기보다 어렵다 했다. 이는 하늘이 주는 사계절, 밤과 낮의 일정한 시간의 변화는 알 수 있으나, 사람의 마음을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운동장 바닥에 삐뚤빼뚤 써놓은 나쁜 사람, 험난한 세상이지만 따뜻한 빛과 희망이 있다고 그리고 괜찮은 사람으로 아이들 눈높이에 인식되어 온정을 나눌 수 있는 삶의 지혜를 전하면 어떨까. 오늘 사색의 꼬리에 꼬리를 문 발걸음이 한 짐이다. 함께 있으면 기분이 좋은 사람, 그냥 좋은 사람 그런 사람은 누굴까. 차갑고 찬바람이 이는 나의 관상, 난 괜찮은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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