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왜 커피가 더 당길까
비 오는 날 왜 커피가 더 당길까
  • 김태선 물리교육학 박사·충북 특수교육원 과장
  • 승인 2020.06.0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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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김태선 물리교육학 박사·충북 특수교육원 과장
김태선 물리교육학 박사·충북 특수교육원 과장

 

현대경제연구원이 작년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서구화된 생활습관으로 인해 우리나라 국내 커피 소비량은 세계 6위이며, 1인당 평균 커피 소비량의 3배를 넘는다. 밥 한 공기는 포기해도 커피는 거르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커피 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커피의 대중화가 일어났다.

요즘 코로나19로 가본 적이 없는 길을 가느라 고민하다 지쳐 잠시 밖을 쳐다보았다. 후덥지근한 바람이 부는가 싶더니, 후드득 소리를 내며 처마를 치는 빗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 커피가 필요해, 커피가! 그런데 오늘같이 비가 오거나 날씨가 흐린 날에는 늘 마시던 커피가 더욱 맛있게 느껴지고, 왠지 커피가 더 당긴다. 왜 그럴까? 심지어 커피를 잘 마시지 않는 이들조차도 비가 오는 날에는 커피 향에 이끌려 카페에 들어서게 된다고 하는데 왜 그럴까?

어떤 이들은 커피의 맛과 취향은 결국 우리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인데 비가 오는 날에 커피가 더 당긴다면 그것은 심리학적 차원이지 과학적 차원은 아니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비가 오는 날 커피가 더 당기는 것은 충분히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이 과학적인 근거는 비행기를 탔을 때 서비스로 나오는 커피가 맛이 없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심리학적인 차원에 더 무게를 두는 경우도 물론 있다. 옥스퍼드대학 찰스 스펜스 박사 연구팀에 따르면 커피 잔의 색깔, 모양, 카페의 분위기 등 감각적인 요소로 인해 그동안 경험했던 느낌에 따라 커피 맛에 대한 기대수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우리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런 심리학적인 요소에 대한 변인통제를 하고서도 비 오는 날 커피가 더 당기는 충분한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햇빛이 강한 날은 커피 향 입자가 멀리까지 퍼져 나간다. 그러나 비가 오는 날 즉 습도가 높은 날은 입자가 무거워져서 멀리 퍼져 나가지 못한다. 즉 해당 지역의 공기 중에 머물러있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커피의 맛과 향을 훨씬 더 깊고 진하게 느끼게 된다. 비가 오면 커피 향 분자도 코 주변과 안에 더 많이 분포하기 때문에 평상시보다 오래 커피 향이 머물러있게 된다. 우리의 미각은 혀뿐만 아니라 후각도 함께 작용하므로 상대적으로 커피의 향이 맛깔 나게 여겨지게 된다.

그렇다면 비행기에서 먹는 커피는 왜 맛이 없을까? 이유는 비행기 내부의 기압이 낮아서 커피의 끓는점인 92℃에서 물도 끓게 되는데 지상에서보다 더 오랜 시간 동안 커피가 따뜻하게 유지되면서 원래의 풍미를 잃게 된다. 항공기 객실 내 저기압에서 냄새와 미각에 대해 모의 실험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상에서와 비슷한 맛을 내는 식사를 제공하려면 좀 더 많은 소금, 설탕, 허브를 사용해야 저압 조건에서도 맛과 냄새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주변 환경의 기압, 습도에 따라 커피 향과 맛도 다르게 다가온다.

그러고 보니 시애틀의 커피가 맛있다고 시애틀을 `커피의 도시'라고 부르는데 시애틀이 연중 흐리거나 비 오는 날이 70% 이상이라 커피가 더 맛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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