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녹색수도' To '함께 웃는'
From '녹색수도' To '함께 웃는'
  •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 승인 2020.06.02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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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지방정부가 가야 할 길
수요단상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멈출 듯하다 다시 이어지는 코로나19의 공포가 지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푸른 6월을 맞았다. 국민 모두는 처음으로 재난지원금을 받았고, 그 소중한 결단은 침몰의 위기에 내몰린 시장에 용기와 희망을 되살리는 가치를 만들고 있다. 재난지원금을 사용하면서 팬데믹으로 규정된 세상에서 지방에 살고 있는 처지를 생각한다. 그리고 방역당국의 조심스러운 예측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기필코 정상의 상태로 회복할 그 끝과, 거기서 더 나아가는 그 이후의 세상이 궁금하다.

4년의 공백이 있기 이전, 청주시의 슬로건은 <녹색수도>였다. 색다른 미소를 남기는 작명으로 `1004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이 범시민적으로 펼쳐졌고, 우암산을 빙 둘러 `걷기 길'도 만들어졌다. 벌써 10년 가까이 흐른 일인데, 코로나19가 사람세상을 무너트린 근본 원인이 자연에 대한 인간의 침략과 야생의 파괴, 그리고 기후위기를 만든 자본의 탐욕에서 비롯되었음이 정설인 지금, <녹색수도>라는 슬로건은 10년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맑고 푸른 청주에 대한 유쾌한 상상이 가능하다. 코로나19로 인류는, 그리고 도시는 건강과 안전이 생명과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이미 10여 년 전에 청주는 <녹색수도>를 통해 감염병 재난의 위기를 선견했던 것인가. 그 당시 청주시의 판단을 지금 절실하게 다시 불러내야 마땅한 일이다. <녹색수도>는 한범덕 시장의 작품이니, 어색하지도, 흘러간 옛일도 아니며, 더 이상 미룰 일도 아니다. 그동안 우리는 지독하게 성장에 집착하면서 화폐와 자본의 가치에 골몰한 채 맑고 푸른 청주를 외면해 왔다. 시청 뒤 하늘을 찌르는 위압적 건축을 멈출 수는 없겠으나, 그 높이만큼 숲을 더 만들어야 한다. 도시의 자연 생태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를 거쳐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소중하게 지키는 책임 관리는 포스트코로나를 향해 가는 지방이 멀리 보면서 꼭 가야 할 곧은길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생존을 위한 생태적 가치가 최우선으로, 그리고 어떤 경우든 흔들림 없이 우뚝 서 있는 도시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우리는 수많은 제약을 외면할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만남은 제한되었고, 물리적(사회적)거리는 서로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약속으로 자리 잡고 있다. 조심스럽게 학교의 문은 열렸으나, 우리가 예상할 수 없었던 비대면의 세상이 넓어지면서 축소된 삶의 순간순간을 위태롭게 보내고 있다. 그래서 가끔씩 외로움에 사무치기도 하지만, 어떤 순간에도 우리가 혼자가 아니며 혼자여서는 안 되는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 국가 또는 지방정부의 역할이 막중해지고 있는 사이, 우리는 만나지 못해도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는 것이 삶을 지탱하는 든든한 단위가 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4년을 견딘 청주시민은 <함께 웃는 청주>라는 슬로건의 세상을 살고 있다. 재난지원금은 `함께'에 원천적 가치가 있다. 성장과 기업 중심의 산업화, 그리고 이웃과 사회를 두루 살펴볼 겨를도 없이 달려왔던 질주를 멈추고, 모두 함께 세상을 제대로 돌아갈 수 있게 하자는 의미가 있다. 욕심부려 쌓아두지 않고 소비함으로써 곤경에 빠진 시장을 살리는 치유의 힘이 있으니, 미약하지만 <함께 웃는> 모처럼의 세상을 만들고 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서 지방경제의 패러다임은 확장과 성장, 그리고 기업의 자본 축적 및 생산성 위주의 관행에서 벗어나 공정한 분배와 시민 생활 경제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사회경제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함께 웃는 청주>는 가장 돈독하고, 가장 배려있으며 서로를 존중하는 도시 공동체로서의 상징이 될 것이다.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글 판에 새로운 여름시가 걸렸다.

기차를 세우는 힘,/ 그 힘으로 기차는 달린다// 시간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미래로 간다// 무엇을 하지 않을 자유,/ 그로 인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안다// 무엇이 되지 않을 자유,/ 그 힘으로 나는 내가 된다// 세상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달린다// 정지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달리는 이유를 안다// 씨앗처럼 정지하라/ 꽃은 멈춤의 힘으로 피어난다. <백무산, 정지의 힘. 전문> 어딘 가에 이런 글 판 하나로 포스트코로나를 성찰하는 시민 모두의 `깊은 도시 청주'는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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