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반장선거만도 못한 의장 선출방식
초등학교 반장선거만도 못한 의장 선출방식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0.06.01 1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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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충북도의회와 청주시의회가 후반기 의장선거로 후끈하다. 충북도의회 차기 의장 후보로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2명으로 압축됐고, 청주시의회는 4명의 후보가 물망에 오르며 차기 의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1일 충북도의회와 청주시의회 의장 선출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며 1인 시위에 돌입했다. 교황식 선출방식이 시민의 대표를 뽑는 방식으로는 부적합하다는 이유다.

더구나 의장 선출을 위한 후보 등록 절차도 없이 진행되는 선출방식은 비민주적이고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최소한 시민들이 의장의 포부를 들어보는 공개된 토론장이라도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투명하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선출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요구는 전국 도·시의회 기본조례나 회의규칙을 근거로 삼고 있다. 전국 17개 광역시·도의회 의장 선출방식을 보면 8개 지자체가 선거 후보등록 제도를 운용하고 있고, 18개 지자체가 정견발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50만명 이상의 25개 기초자치단체는 의회 의장 선출방식에서 9개 지자체가 후보등록을, 13개 지자체가 정견발표를 도입하고 있다. 지자체마다 의장 선출 제도 방식을 시민의 요구와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충북도의회와 청주시의회는 선거 당일 정견 발표만으로 의장 선거가 진행되고 있다. 실제 차기 청주시의회 의장 선출을 보면 현 의장 임기 만료일 5일 전에 의원들이 무기명투표로 선거하고, 최다 득표를 받는 후보가 의장이 된다.

이런 의장선출 방식은 시민의 대표인 의장 선출임에도 시민들에게는 깜깜이 방식으로 선거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후보를 지원하거나 추천을 받아 투표절차를 밟음에도 그보다 못한 의장선거를 하는 것이다.

그동안 의장이나 상임위원장 자리는 관행적으로 다선 의원에게 돌아갔다. 오랜 의정 경험을 높이 산다는 의미로 장점이 될 수 있지만, 합의라는 이름 아래 짬짜미가 이루어지면서 개혁적인 의정 활동에 한계를 드러낸 것도 사실이다. “주민의 여론이 형성되고 반영될 수 있는 통로가 없다”는 시민단체의 지적도 의회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다.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의식해서인지 충북도의회는 의장 선거 사상 처음으로 후반기 의장 당내 경선을 충북도당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기로 했다고 한다. 사전에 선거 잡음을 차단하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민주적 절차에 따라 의장을 뽑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당내 경선은 일회성 선거방식에 지나지 않는다. 의장 후보가 당이 다를 경우 효력이 없는 선출방식이기 때문이다.

민주적인 절차가 무시되고 조직화되는 정치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 시민들의 정치의식도 높아졌다. 시민을 대표하는 기관인 만큼 시민들은 의장의 포부를 들어야 할 권리도 있다. 입후보자도, 공약도 모른 채 의장이 선출되는 것을 더는 원치 않는다.

의장으로서의 자질이 있는가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 절차는 꼭 필요하다. 의회가 오래된 관행만 고집하고 선출방식을 바꾸지 못한다면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퇴보하는 모습만 보여줄 뿐이다.

시민을 대표하는 의장의 역할은 지방 분권이 세분화되면서 더 중요해졌다.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의장이 선출될 때 권위 있는 의회와 의장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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