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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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남 수필가
  • 승인 2020.06.01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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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순남 수필가
김순남 수필가

 

채소 모종들이 누워버렸다. 베란다에 몇 가지 채소씨앗을 모종용 포트에 심고 사흘이 지나자 싹이 트고 가녀리게 자라고 있었다. 실내라 바깥공기보다는 온도가 높다 보니 쑥쑥 웃자라고 있어 창 쪽으로 바짝 내놓고 창문을 열어뒀다. 햇볕도 받고 바람도 쐬며 바깥환경에 노출을 시켜 좀 더 튼실하게 모종을 키울 생각이었는데 갑작스런 환경 변화에 가녀린 싹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못 하기는 세 살 손녀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로 인해 삼 개월 동안 집에서 엄마와 지내던 아이는 어린이집 등원 한 달이 되었건만 주말을 지난 탓일까. 엊그제도 어린이집 문을 들어설 땐 입을 삐죽이며 간신히 울음을 참고 들어갔다. 처음 어린이집에 보낼 때는 어찌나 강력하게 온몸을 다해 거부하던지 정말이지 다시 집으로 데리고 오려고 했었다. 선생님은 울더라도 아이를 두고 가라고 했다. 그래야, 하루 이틀 지내다 보면 적응을 한다는 얘기였다. 아이가 운다고 집으로 데리고 가면 다음 날도 그다음에도 아이는 울고 보채서 어린이집 보내기는 실패한다고 했다. 마음이 아프고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선생님 말씀도 일리가 있었다.

처음으로 해보는 `사회적 거리두기'매우 힘들었다. 그동안 이런저런 모임들이 여러 팀 있다 보니 매월 정기적으로 만나, 밥 먹고 차 마시고 또는 여행 다니고 그랬다. 무엇에 떠밀려 어디로 가는지 분명하게 목적도 모르고 문화적 흐름이라 여기며 생활했다. 갑자기 여러 사람이 참여하는 모임을 자제하고 꼭 필요한 용건이 아니면 만남을 미루고 가능한 집에서 지내기란 쉽지 않았다. 아침저녁 접하는 뉴스에서 감염 확진자 숫자에 신경이 쓰이고 참으로 암담하고 우울한 날들이 이어졌었다.

아마도 우리 국민 마음이 모두 그러했으리라. 모두가 힘들고 불편한 생활을 하면서도 의료진들이 환자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TV화면에서 보며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고 일면식도 없는 환자들이지만 하루빨리 병마를 이기고 완치되기를 기도하는 마음이었으리라.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를 염려하며 마스크를 사러 다니고 수없이 손을 씻곤 했었다. 갑갑하던 마음도 가라앉힐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지인들과 얼굴 맞대고 만나서 회포를 풀지는 못하지만 SNS로 안부를 묻고 늘 곁에 있는 듯 대화를 나눈다.

세 살 손녀도 낯선 생활에 조금씩 적응을 해가고 있다. 친구 이름을 불러주며 어린이집에서 재미있게 놀았느냐고 물어보면 고개를 끄덕이며 반색을 한다. 처음에는 마스크만 씌우면 곧바로 벗어 버리더니 이제 어른들을 보며 마스크착용의 불편함을 참을 줄도 안다.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인 손실과 많은 인명 피해가 있어 가슴 아프다. 고난을 겪으며 잃어버린 것들이 많고 손실은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이런 재난을 겪으며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걸으며 수많은 시행착오와 위험을 몸소 경험하고 있다. 우리 모두는 코로나19를 겪으며 얻은 교훈으로 다시는 이런 대재난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채소 모종들이 허리를 곧추세우고 일어났다. 이제 밭으로 모종들을 옮겨 심어도 굳건히 적응하리라 생각된다. 세 살 손녀도 오늘은 교실에 친구들과 선생님을 보자 내게 손 흔들며 스스로 걸어서 친구들 곁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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