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함’과 거리 둘 수 있는 용기
‘편리함’과 거리 둘 수 있는 용기
  • 이숙진 복대2동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 승인 2020.05.3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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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이숙진 복대2동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이숙진 복대2동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지난 2015년 여름, 해양학자들이 바다거북이의 콧구멍에서 빨대를 뽑아내는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세상에 공개되면서 쓰레기 문제가 큰 이슈가 됐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코스타리카 연안을 탐사 중이던 해양학자들이 콧구멍에 빨대가 끼어 호흡곤란을 겪는 바다거북을 발견한 후 이를 빼냈다. 당시 빨대를 뽑는 동안 바다거북이의 콧구멍에서는 피가 계속 흘러나왔고 고통스러워하는 바다거북이의 모습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큰 충격과 함께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워줬다.

`자연은 후손에게 빌려 온 유산이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후손들에게 빌려온 자연을 아끼고 관리해 그들에게 잘 물려줘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전 세계는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편하다는 이유로 각종 플라스틱과 일회용품 등을 무심코, 너무 많이 사용하고 있다. 거리에는 플라스틱 커피잔과 빨대가 넘쳐나고 있다. 지난해부터 커피숍 내에서 플라스틱 커피잔 사용이 금지되면서 사정이 조금 나아졌지만 이른바 `테이크아웃'을 원하는 시민들에게는 플라스틱 커피잔이 여전히 제공된다.

길거리에 분리수거함이 없다 보니 플라스틱 커피잔과 빨대는 일반 쓰레기통 또는 아무 곳이나 버려진다.

지난 2015년 기준 전국 커피 전문점이 사용한 일회용 컵은 61억 개, 이 중 재활용되는 비중은 8%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플라스틱은 인류의 축복이라는 말도 있었지만 이제는 재앙이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일회용품 쓰레기'라 하면 가장 먼저 커피숍 포장 용기를 떠올렸으나 대한민국 특유의 장례식장 문화도 무시할 수 없다.

장례식장에는 일회용품이 가득하다. 자리에 앉으면 상조회사 직원이 일회용 식당테이블 비닐로 식탁을 먼저 덮는다. 그리고 일회용품 접시에 담긴 음식을 가져온다. 우리는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밥과 음식을 먹고 자리를 떠났다.

우리나라 장례식장에서 1년간 사용하는 일회용 접시만 2억 1600만 개라고 한다. 이 때문에 얼마 전부터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장례식장에서 일회용품을 퇴출시키자는 운동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우리 청주시에서도 일회용품 없는 장례문화 캠페인에 동참하면 어떨까?

해외 장례문화를 보면 간단한 다과를 제공하거나 다회용기 도시락을 만들고 중국 등 일부 국가는 아예 음식을 대접하지 않는데 우리나라만 유독 장례식장에서 대량의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으니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장례문화 정착은 효과적인 플라스틱 쓰레기 저감 대책이 아닐 수 없다.

편리함이 가져오는 `생명의 죽임'환경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현대사회의 물질문명이 제공하는 편리함에서 `거리'를 둘 수 있는 용기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꾼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플라스틱 소모품, 비닐봉지 사용을 자제하고 음식물 쓰레기 배출을 줄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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