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기록되는 도시 이야기
예술로 기록되는 도시 이야기
  •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 승인 2020.05.2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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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예술은 그 시대를 기록해 후대에 전하기도 하고 지난 역사의 잘못을 바로잡는 역할을 한다. 또 예술이 단순히 기록된 역사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재현 불가능한 것들을 현실보다 더 풍부하게 재현하여 기록할 수도 있다.

예술작품을 통한 역사기록의 관계는 서로 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대의 이야기와 기록 즉 역사는 끊임없는 예술의 원천으로 작용한다. 예술작품은 작가의 개인적 기록이나 현재의 중대한 사건에 대한 기록 사이를 오가며 역사기록물로 해석되기도 한다. 작가들은 역사가나 기록자라고 스스로를 여긴 적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예술작품들은 역사가나 탁월한 이론가에 의해 예술작품보다 기록물로써 주목받는다.

몇 년 전 `레 미제라블'의 열풍으로 많이 회자되던 걸작 외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과 같은 예술작품은 무엇일까? 기록물일까, 예술작품일까?

예술작품은 이렇듯 양면적이다. 예술가의 작품은 시대의 역사기록물이자 동시에 예술작품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작품은 당시 기록물로서의 역할과 의미, 예술로서 가치를 품는다. 예술의 가치가 단순한 감상을 넘어 많은 사람에게 시대의 기록물로서의 가치를 전달한다. 예술을 좀 더 문화적인 측면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는 이유이다. 문화로서의 이해는 예술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와 도시의 작동 방식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술작품을 바라보는 이런 다각적인 방식에는 분명 사고가 필요하며 통합적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매우 중요하다.

예술작품이 만들어진 시대적 배경이나 도시의 사람들은 어떤 형태의 지식을 공유하며 서로가 다른 분야와 협력했을까? 예술작품을 통해 그 시대와 도시를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우리는 일반적 감각으로 느끼는 경험으로서의 도시를 떠올려 봐야 한다. 도시의 겉모습, 도시의 소리나 냄새, 길거리의 식물들이나 나무,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건물 유리창, 버스나 택시의 색깔, 시장이나 대형마트의 풍경 등 이런 도시가 개개인에게 과연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봐야 하며 우리는 이렇듯 감각적인 경험으로 도시를 느껴야 한다.

사람들은 도시에서 생활하며 이 모든 것들과 쌍방향 상호작용을 통해 영향을 받으며 일상생활을 경험한다. 이러한 도시에서의 일상생활과 개인의 정신·감각적 경험의 소통을 고려한 일련의 행위들이 문화라고 생각한다. 문화가 없는 도시는 텅 빈 껍데기일 뿐이다. 도시와 시대의 정체성을 표현하며 기록해 내는 방식으로서의 예술작품은 사람과 도시, 사회, 환경, 경제 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지금처럼 코로나19 사태로 앞당겨진 미래와 불확실성의 시대에 작품을 만들기 위해선 혼자 작업하던 예전의 방식에서 탈피해 집단지성이 필요한 시대가 왔다. 서로 다른 사람들과 서로 다른 도시의 다양성과 역량을 연결하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키워드를 찾아서 현실을 담은 작품으로 세상과 소통해야 할 시대, 역사는 혼자 쓸 수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자국 이기주의, 편 가르기 식 정책 등이 시대가 처한 여러 사회, 정치, 문화적 문제들을 다양한 예술가들이 모인 집단지성으로 도시의 이야기를 기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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