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값 거품 뺀 '엄마들의 힘'
교복값 거품 뺀 '엄마들의 힘'
  • 이재경 기자
  • 승인 2007.05.17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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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오성고 학부모, 공동구매추진위 구성
   
교복값이 비싸다고 아우성치는 아줌마들의 극성에 못이긴 4대 메이커(기성복) 교복사 대리점들이 전국 처음으로 3년간 교복값을 종전가보다 20% 이상 내려 팔겠다는 약정서를 써준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올해 개교한 충남 천안 오성고(교장 유장준·천안시 신당동) 자모들은 지난 겨울 성인 기성복보다 비싼 교복값이 사회 이슈로 떠오르자 3월 초 입학과 동시에 교복공동구매추진위(위원장 윤경숙, 이하 추진위)를 구성했다.

추진위는 곧 지역 교복 맞춤업체들에 공문을 띄우고 경쟁입찰을 준비했으며, 입찰 참가의사를 밝혀온 업체는 10여개, 그러는 사이 메이커 4사(엘리트, 스마트, 아이비, 스쿨룩스)의 지역 대리점 연합회에서 '프로포즈'가 들어왔다. 위기감을 느낀 기성교복 대리점들이 추진위에 기성복의 장점을 설명하며 공동구매를 하지않으면 기성복값을 20% 이상 내려주겠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

추진위는 공동구매입찰을 통한 맞춤업체의 제작 구매와 메이커 기성복 구매시의 장·단점을 비교해 보고 학부모들 찬·반투표를 거쳐 공동구매를 하지않기로 결정했다.

현재 공동구매를 통해 제작해 판매되는 교복은 하복 1벌(남자 와이셔츠2개, 바지 1개 여자 블라우스 2개, 치마 1개 기준)에 8만5000원∼9만원선.

메이커 교복값은 대리점들의 약속한대로 지켜질 경우 지난해 12만5000원∼13만원선에서 20∼25%가 인하된 9만8000원에서 10만원대 초반 수준이었다.

학부모들 대부분이 메이커사가 제시한 교복가격이 공동구매가에 비해 가격차가 크지않고 원단과 디자인에서 우수하다고 판단, 메이커사의 교복을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공동구매의사를 철회한 추진위는 여기서 끝나지않고 이후 교복대리점 측에 약정서 체결을 요구, 지난달 초 서명을 받아냈다.

약정서 내용은 향후 3년간 교복값을 동결하고 지난해 가격을 기준해 교복값을 20∼25% 인하할 것, 여기에다 이 약속을 천안지역 전체 35개 중·고교 교복에도 적용할 것까지 요구해 이를 관철시켰다.

이 약정은 6월부터 입게될 하복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4개 메이커 대리점 업주들은 "학교들이 교복공동구매를 하면 미리 주문한 교복의 재고가 쌓여 막대한 손해를 입게돼 추진위의 요구에 따르기로 했다"며 "본사측에서 5∼6%정도 공급가를 내리기로 하고 대리점 마진을 15%정도 줄여 싼 가격에 교복을 판매키로 했다"고 밝혔다.

메이커 교복 대리점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이번 약정서 체결로 종전 1벌당 35%정도 됐던 마진이 15%로 줄게돼 걱정"이라며 "학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생각에 가격인하를 결정했으며, 앞으로 질 좋은 제품을 더 많이 팔아 수지를 맞춰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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