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국경 개방
위험한 국경 개방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0.05.25 2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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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코로나 막다가 굶어 죽겠다”... 관광 빗장 푸는 PIGS!

지난 주말 한 언론사가 보도한 뉴스의 제목이다. 코로나19로 최악의 경제 위기에 처한 유럽의 4개국이 봉쇄한 국경을 풀고, (치명적인 위험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다.

PIGS는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을 말한다.

외신에 따르면 제일 먼저 이탈리아가 빗장을 푼다. 다음달 3일부터 유럽 국가를 대상으로 국경을 개방하기로 했다. 그리스는 다음달 15일부터 외국인 관광객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오는 7월 1일부터 관광객의 입국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국가는 4개국 모두 유럽 남부의 관광대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관광산업이 국내 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스는 20.8%, 스페인은 14.3%, 포르투갈은 13.1%, 이탈리아는 13.0%로 모두 EU(유럽연합) 회원국 중 가장 크다. 한국의 관광산업 비중이 GDP의 2.7%(2018년 기준)에 그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부러울 정도다.

한마디로 관광으로 먹고 사는 나라들이다. 그런데 이들 나라가 모두 최악의 경제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코로나19로 국경을 봉쇄하면서 관광객들이 입국하지 않는 바람에 관광산업과 연계한 모든 서비스 업종의 경기 침체가 심화하면서 최대 GDP의 50%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TV에 비쳐진 바르셀로나, 로마, 아테네 등 유수의 관광지들의 모습은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었다.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로 가득 채워졌던 거리의 모습은 오간데 없고 파리만 날리는 기념품 상점들의 모습만 TV에 비쳐지고 있다. 앞다퉈 잠궜던 국경을 풀려고 하는 이유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하자면 이들 나라의 국경 개방은 언감생심이다. 24일 현재 이탈리아의 확진자 수는 23만여명, 사망자 수는 3만2000여명으로 사망률이 14.3%에 달한다. 스페인 역시 23만여명에 2만8000여명이 사망해 사망율이 12.2%다. 이들 국가 위험한 것은 코로나19, 그 자체 때문만이 아니다. 감염이 된 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열악한 의료 체계가 감염자들의 사망률을 높이고 있다. 턱없이 모자란 병원 수와 의료 인력,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방역 시스템. 이런 것들이 외국에서 온 관광객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국가가 이런 걱정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문을 열어 자국 경제를 살리는 일에만 골몰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이들 국가의 움직임에 우려를 표명했다. 한스 클루게 WHO 유럽담당 국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재유행이 우려된다”면서 “사람들은 봉쇄령이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방역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제대로 된 방역 및 의료 체계를 갖추지 않은 섣부른 국경 개방. 제2, 제3의 재앙을 몰고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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