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핵 억제력' 꺼낸 김정은…무력시위 신호 美 압박
다시 '핵 억제력' 꺼낸 김정은…무력시위 신호 美 압박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0.05.2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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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당중앙군사위 주재 "전략무력 운영 방침 제시"
지난해 당 전원회의 '핵 억제력 유지' 기조 재확인

SLBM 잠수함 발사, 고체 엔진 ICBM 개발 가능성

"포병 타격능력 높일 것"…단거리 무기 강화 지속

자위력 강화 + 美 압박 통한 북미협상 진행 촉구

군 조직 정비·승진 인사로 사회 기강 잡기도 나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통해 '핵전쟁 억제력 강화' 방침을 꺼내든 것은 지난해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예고한 전략무기 개발 의지를 확고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신형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 등 대미 무력 시위를 가까운 시일 내에 전개할 수 있다는 신호를 전해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관측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 등은 지난 24일 당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 "나라의 핵전쟁 억제력을 더 한층 강화하고 전략 무력을 고도의 격동 상태에서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들이 제시됐다"고 밝혔다.



통신은 김 위원장의 핵전쟁 억제력 강화 방침에 관한 언급을 구체적으로 전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당시 "미국의 핵 위협을 제압하고 우리의 장기적인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강력한 핵 억제력의 경상적 동원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그는 그러면서 '충격적 실제 행동'과 '새로운 전략 무기 개발'을 공언했다.



북한은 미국의 핵 위협에 대항하는 자신들의 핵·미사일 관련 활동을 '핵 억제력'으로 표현하고 있다. 가장 유력시되는 것은 신형 SLBM 잠수함 발사다. 북한은 지난 10월 신형 SLBM인 북극성-3형을 바지선에서 시험발사했다. 수중사출 바지선 시험은 잠수함 발사 전에 거쳐야 하는 시험으로 평가된다. 정보당국도 신형 잠수함 진수에 주목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6일 "함경남도 신포조선소에서 고래급 잠수함과 수중 사출 장비가 지속적으로 식별되고 있다"고 밝혔다.



고체연료 엔진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화성-14형과 화성-15형에 액체 연료 엔진을 사용하는데 액체 연료는 주입 시간이 오래 걸려 위성 등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고체 연료는 빠르게 장착할 수 있어 사전 탐지가 어렵다. 북한이 ICBM 모라토리엄(유예) 선언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당장 ICBM 발사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오는 10월 당 창건 75주년 기념 군 행사에 새로운 ICBM급 무기를 선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통신은 또 중앙군사위에서 "포병의 화력타격능력을 결정적으로 높이는 중대한 조치들이 취해졌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올해 군 관련 현지지도 계속해서 강조한 포병력 강화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올해 들어서도 지속하고 있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4종 개발을 완료해 실전 배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지난해 5월부터 북한판 이스칸데르, 대구경 조종방사포(400㎜급), 북한판 에이태큼스, 초대형 방사포(600㎜급) 등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강화 방침은 이번 당중앙군사위에서 단행된 군 인사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리병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군수공업부장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선출됐고, 박정천 총참모장은 차수(원수와 대장 사이 계급)로 승진했다. 리 부위원장은 2017년 7월 북한 최초의 ICBM급 미사일 화성-14형 시험발사 현장에서 김 위원장을 수행한 핵 개발 핵심 인물이다. 포병국장 출신인 박정천은 지난해 9월 총참모장에 임명된 데 이어 김 위원장의 신임을 받으며 고속 승진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포병 강화 방침에 반영된 인사로 보인다.



북한은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천명한 자력부강, 자위력 강화를 예정대로 추진해나감과 동시에 미국을 향해 압박 메시지를 보내 미국이 북미협상에 나올 것을 촉구한 것으로 관측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 재선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매진하면서 북미협상 이슈는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북한은 또 이번 회의를 통해 군 조직을 재정비하고 장성들의 사기를 높여 내부 통치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통신은 회의에서 '자위적 국방력을 급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새로운 부대들을 조직, 편성하기 위한 문제' 등이 토의됐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중요 군사교육기관의 책임과 역할을 높이기 위한 기구 개편안에 관한 명령서 등 7건의 명령서가 통과됐다. 김 위원장은 정경택 국가보위상(남측의 국정원장)에게 대장 계급을 부여하고 인민군 장성 69명을 승진시켰다. 코로나19 속 해이해진 사회 기강을 다잡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한편 김 위원장의 공개행보는 지난 1일 순천 인비료공장 준공식 참석 이후 22일(보도일 기준) 만이다. 북한 매체는 김 위원장 건재를 알리기는 했지만, 이번 회의가 열린 구체적인 시점과 장소는 밝히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순천 인비료공장 준공식 이후 강원도 원산 등 지방의 특각(별장)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가능성이 높은 평양이나 북중 국경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체류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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