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이 생각난다는 윤미향 당선인
조국이 생각난다는 윤미향 당선인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0.05.24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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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국회의원 당선인은 “6개월간 가족과 지인들의 숨소리까지 탈탈 털린 조국 전 법무장관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자신이 대표를 맡았던 정의기억연대(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후원금과 관련해 각종 의혹을 받기 시작한 지난 12일 SNS를 통해 한 말이다.

조 전 장관처럼 털어서 먼지 안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는 항변으로도 들리고, 조 전 장관처럼 억울한 처지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답답한 심정의 토로로도 들렸다. 전개되는 상황을 보면 윤 당선인은 스스로 암시한 것 처럼 조 전 장관의 전철을 밟을 공산이 커 보인다. 그는`보수 언론과 미래통합당이 담합한 모략극'이라고 단정했지만 한낱 먼지로 치부하기에는 심각한 의혹들이 자고나면 터져나오고 있다.

오죽하면 함께 수요집회도 참여했던 심상정 정의당 대표까지 “윤 당선자가 스스로 해명하는 것은 더 이상 설득력을 갖기 어렵게 됐다”고 했겠는가. 한 진보 인사는 이런 심 대표가 서운했던 지 “같이 하던 이가 여론몰이에 놓였다면 최소한 문제제기가 타당한지 충분한 조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자고 하는 것이 기본 예의가 아니냐”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 말이 공감을 얻기에는 제기된 의혹들이 무수하고 위중하다.

이미 사실로 확인된 의혹만으로도 윤 당선인은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2013년 11월 문을 연 경기도 `안성 쉼터'는 성금 지원을 신청하며 짠 사업계획서에 `위안부 생존자들을 위한 치유와 평화의 집'으로 사용하겠다고 돼 있다. 주택을 사고 리모델링 하는 데 후원금 8억8000여만원이 들어갔다. 그러나 지금까지 쉼터에 머문 할머니는 한 분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무용지물이 됐던 이 쉼터는 최근 매입가에 크게 미달하는 4억2000만원에 팔렸다. 매입과 운영에서 매각까지 전 과정이 부실로 얼룩져 있다.

진보 진영에서는 사소한 실수나 풍문을 빌미로 윤 당선인이 혼신을 다해 펼쳐온 숭고한 활동을 폄훼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백번 옳은 주장이다. 이번 사태를 틈 타 위안부 활동 자체를 매도하며 수요집회 중단과 소녀상 철거 등을 주장하는 극우단체의 망동은 경계하고 배척할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윤 당선인 뿐 아니라 애초에 윤 당선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이용수 할머니의 노고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피해 당사자이기도 한 이 할머니는 지난 1992년부터 일본 대사관 앞의 수요집회를 28년간 주도해온 인물이다. 일제의 만행을 세계에 알린 주인공이기도 하다. 지난 2007년 미 하원이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을 채택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의회에서 피해 사실을 절절하게 증언해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그의 분투기는 2017년 영화 `아이 캔 스피크'로 소개됐다. 이런 분이 “28년간 속을만큼 속았고 당할만큼 당했다”고 분개했다. 그는 이같은 의심과 분노를 아직도 거두지 않고있다.

민주당의 대표적 영입 인재인 표창원·이철희 의원이 초선을 끝으로 정계를 떠난 것은 국회의 손실이라며 아쉬워 하는 사람이 많다. 표 의원은 정치 포기를 결심한 결정적 동기로 조 전 장관 사태를 꼽았다. 최근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조 전 장관이 `한 편'이라는 이유만으로 감싸고 지켜주기만 하는 도구가 됐다는 생각이 들면서 정치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고 했다. 표 의원은 조 전 장관에게서 더 이상 내로남불 정치를 할 수 없다는 염치를 찾았지만, 윤 당선인은 의원 직 사수를 위한 방패를 찾은 모양이다. 그의 조국 코스프레가 검찰청 앞 `윤미향 살리기 집회' 같은 결실(?)로 이어질 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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