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둘, 아빠도 둘’인 아이들
‘엄마 둘, 아빠도 둘’인 아이들
  • 박석란 충남가정위탁지원센터관장
  • 승인 2020.05.2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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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박석란 충남가정위탁지원센터관장
박석란 충남가정위탁지원센터관장

 

11살 빈이(가명)와 9살 혁이의 ‘엄마’는 머리가 하얀 60대이다. 하지만 그 엄마는 친엄마가 아니다.

빈이 혁이의 부모는 20살에 만나 형제를 낳았다. 철없던 나이에 아이들을 낳다 보니 경제적으로 어려웠고 둘째 혁이를 낳은 뒤 이혼했다. 설상가상, 아빠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렸고 엄마마저 아이들을 아동시설에 맡긴 뒤 연락을 끊었다.

이후 외조부가 아이들을 맡아 지금까지 키우고 있다. 혁이가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어느 날 외손주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엄마, 아빠라고 불러도 돼요?”

그날부터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는 아이들의 엄마 아빠가 되었다.

5살 은수(가명)는 태어난 지 7개월 되던 때부터 위탁가정에서 생활해 왔다.

은수의 친모는 남편과 이혼 소송을 하던 중에 집을 나갔고, 아이 둘을 키울 수 없었던 친부는 첫 돌도 안된 은수를 위탁 의뢰했다.

5살이 된 은수는 위탁부모를 엄마, 아빠로 알고 있고 또 자연스레 그리 부른다.

이미 친자식을 다 키웠던 위탁부모들은 은수를 키우면서 가족끼리 대화와 웃음이 많아지고 집안 분위기가 더 활기차졌다고 행복해 한다.

빈이와 혁이, 그리고 은수의 공통점은 가정위탁아동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에는 2019년 말 기준 8,353세대 10,333명의 아동이 가정위탁으로 보호받고 있다.

빈이와 혁이처럼 조부모나 외조부모에 의해 양육되고 있는 대리위탁아동이 66.5%(6,872명)로 가장 많다.

다음이 8촌 이내 혈족의 친인척이 양육하는 아동이 24.7%(2,556명), 은수처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가족에 의한 양육아동(일반위탁)이 8.8%(905명)다.

가정위탁지원제도는 부모의 사망, 질병, 수감, 이혼, 학대 등으로 제대로 보호 양육될 수 없는 아동들에게 원 가정이 회복될 때까지 아이들이 성범죄나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의 전력이 없는 건강한 가정에서 일정기간 보호를 받도록 하는 아동복지서비스이다.

문제는 위 통계에서 보듯 은수처럼 일반 가정에서 보호양육되는 일반위탁 아동 수가 매우 적다는 것이다.

그러니 위탁가정을 찾지 못한 아이들은 모두 아동시설에서 보호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보호를 필요로 하는 아이들 중 가정위탁, 입양 등 가정형 보호를 받는 아동의 비율은 고작 37.5%에 불과하다. 10명 중 6~7명은 아동시설에서 보호되는 실정이다.

저출산 시대에 아동은 줄어들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아동에게 가정이 부족한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매년 5월22일은 ‘가정위탁의 날’이다.

친부모 2명에 위탁부모 2명이 함께 아이를 키운다는 의미로 가정의 달 22일을 그리 정했다.

비록 아이들이 선택하지 않은 삶이지만 엄마도 둘, 아빠도 둘인 아이들이 새로운 가정에서 두 배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길 바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21일 부부의 날에 이은 22일, 가정위탁의 날을 맞아 친부모, 친가족 품에서 성장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엄마 아빠’가 되어줄 분들이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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