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실현하는 일
꿈을 실현하는 일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0.05.2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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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산책 중 우연히 `꿈이 있는 교회'를 만났다. 교회 목사님께서 얼마나 `꿈'을 중요시하면 교회 이름의 첫 글자를 꿈으로 시작했을까? 꿈이라는 단어를 보면서 불현듯 30여 년 전의 옛날 일이 떠올랐다. 철두철미하게 선(禪) 공부를 한다는 자부심으로 말 한마디 단어 하나에도 까칠하게 반응하면서 시시비비를 일삼을 정도로 아만(我滿)이 하늘을 찌르던 때의 일이다.

강남의 모 초대형 교회 목사님과 일 관계로 만나기로 했는데, 약속 시간보다 앞당겨 도착해 수요일 낮 예배에 참석하게 됐다. “참된 신앙인은 언제나 큰 꿈을 꾸며, 멋진 꿈을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한다”는 목사님의 설교를 듣게 됐고, 당시에 `꿈'이라는 부정적 이미지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에 교회 일정을 마친 목사님과 만나는 자리에서 언쟁을 벌였다. “모든 신도들이 꿈에서 깨어나 목전의 `지금 여기 이 순간'에 실존하도록 이끌어 주어야 할 목사님께서, 어찌 신도들이 힘겨운 목전의 현실을 외면-도피하고 달콤한 미래라는 꿈속으로 빠져들도록 엉터리 설교를 하시느냐”고 호통 아닌 호통을 쳤던 부끄러운 기억이 났다.

명의라면 고통스러운 환자에게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얼마든지 진통제를 복용시킬 수도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눈앞의 현실을 힘겨워하는 신도들에게 달콤한 미래를 꿈꾸면서 삶의 희망을 잃지 않도록 용기를 주는 설교를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 유능한 목자일 것이다. 다만 진통제로 몸의 병이 완치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과하거나, 진통제가 잠시 잠깐 고통을 잊게 하는 것이 아니라, 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약이라고 자신도 속고 타인까지 속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은 `꿈이 있는 교회'라는 간판을 보면서도 그 옛날처럼 못마땅한 생각은 일지 않았다. 다만 목사님께서 신도들이 마음껏 미래를 꿈꾸고 계획하되, 그 꿈이 자신의 욕심에서 비롯된 꿈인지, 하늘의 뜻에 합당한 꿈인지 철저하게 성찰한 뒤, 꿈이 하늘의 뜻에 부합디면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간절한 기도와 함께,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이 해야 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최선의 노력을 다하도록 잘 이끌어 주기 바라는 마음 간절했다.

모든 일이 자신에게 유리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도록 이뤄지기를 바라는 엉터리 기도가 아니라, 먼저 하늘의 뜻에 부합되는 공의로운 꿈이 무엇인가에 대해 기도하고, 기도 응답을 받은 후에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성령의 도구로 온전히 쓰여야 한다. 입으로만 주여~ 주여~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의 뜻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올곧은 삶을 살아낼 때 비로소 원하는 목표를 성취하며 행복한 삶을 일궈낼 수 있기 때문이다. 콩을 수확하고 싶으면 콩 꿈을 꾸고, 팥을 수확하고 싶으면 팥 꿈을 꾸면서 그 꿈을 잘 간직하고 키워야 한다. 콩과 팥을 수확하는 일이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일이라는 기도 응답을 받았다면, 일말의 주저함 없이 오직 콩과 팥을 심고 가꾸는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삶을 살아낼 뿐이다.

콩을 심어야 콩이 나고 팥을 심어야 팥이 나는 인과법은 그 누구도 벗어날 수 없다. 콩을 원하면 콩 꿈과 함께 콩을 심고 가꾸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짜장면 값을 내면 짜장면을 먹을 수 있고, 탕수육을 먹으려면 탕수육 값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저축한 금액이 클수록 이자가 많이 붙긴하지만, 결국 찾을 수 있는 돈은 저축한 액수에 비례할 수밖에 없다. 언제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도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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