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은 안전합니까?
우리 아이들은 안전합니까?
  • 공진희 기자
  • 승인 2020.05.20 2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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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피해자분들과 피해자 가족들에게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된 성관념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성착취물을 공유하는 텔레그램 대화방 n번방 최초 개설자 문씨(대화명 갓갓)의 얼굴이 공개됐다.

이공계열 4학년에 재학 중인 1995년생.

이 평범해 보이는 대학생은 어떻게 괴물이 되었을까?

지난해 2월 가해자들이 피해자들을 `노예'라고 부르며 성 착취 사진을 올리고 신상정보까지 공유하는 텔레그램 채팅방이 있다는 사실이 디시인사이드의 야구 갤러리 및 수능 갤러리, 일간베스트(일베) 등의 커뮤니티에 알려졌다.

`갓갓'은 트위터 일탈계정(자신의 신체 등을 찍어 올리는 계정)을 운영하는 여성들에게 경찰을 사칭해 `음란물 제작 및 유포 혐의로 신고되었으니 아래 링크를 통해 진술하십시오'라는 메시지와 함께 해킹링크를 보내 여성들의 신상정보를 얻은 뒤 그들을 협박해 수치스러운 동영상을 강제로 찍게 했다.

이렇게 만든 영상들은 `1번방'부터 `8번방'까지 채팅방을 만들어 여기에 성 착취 음란물을 올렸다.

그해 7월에 등장한 `박사(조씨)'는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등에서 `고액 스폰 알바를 하겠느냐'며 접근해 이에 응한 여성들에게 신상정보 등을 얻어낸 뒤 그들을 협박해 가학적인 사진과 영상을 찍어 올리게 했다.

박사는 암호화폐를 이용해 영상들을 판매하던 중 체포되었다.

회원 규모는 최소 박사방 `맛보기 방' 회원 1만명, 박사방 유료회원 3만명 내지 수만명으로 추정한다.

피해자 숫자는 `박사방'의 경우 확인된 경우만 최소 74명, 그중 아동 청소년 등 미성년이 20명에 가깝다.

피해자들은 자신이 자발적으로 사진과 영상을 촬영해 범죄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생각에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지 못하고 신고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

23세 손씨는 자신의 집에 서버를 두고 사이트를 개설해 아동 성폭행 동영상 22만여 건을 유통해 약 44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른바 웰컴투 비디오 사건이다.

이 사건은 국제 공조 수사를 받는 초대형 국제 성 착취 영상물 공유 범죄이다.

우리 아이들이 평생을 성 착취의 고통 속에 살아가게 만든 중범죄이다.

그러나 손씨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서울변호사회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로 기소된 피고인 중 71.9%는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징역형을 선고받은 비율은 5.3%다.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비율도 다른 범죄에 비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비해 영국에서는 아동 성폭행 및 영상 공유 혐의로 22년형, 다운로드와 접속 시청 1회로 70개월 보호관찰과 10년형을, 미국에서는 아동 포르노물을 입수하고 소지한 혐의로 징역 5년형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성범죄 사건의 해결과 재발방지를 위해 무엇보다 양형기준 강화를 꼽는다.

이와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국제 공조 수사 협조 요청, 디지털 성범죄 전담 부서 신설, 불법 수익 환수를 위한 강력한 제도 마련, 함정 수사 허용, 플랫폼에 대한 처벌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솜방망이 처벌, 왜곡된 성의식과 천박한 이기심이 평범한 이웃을 괴물로 만들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성범죄 피해자로 고통받으며 살지 않도록, 제2의 갓갓, 제3의 박사로 살지 않도록 어른들이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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