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에서 만난 춤꾼
중국 우한에서 만난 춤꾼
  • 강석범 진천이월중 교감
  • 승인 2020.05.2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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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강석범 진천이월중 교감
강석범 진천이월중 교감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진원지로 지목받은 중국 `우한'은 한자 발음이 `무한-武漢'이고 중국어 발음이`우한'입니다. 총 면적이 서울의 약 14배 정도 된다고 하니, 엄청나게 큰 도시라고 할 수 있겠지요.

실제 우한시는 청주시와 국제 자매 도시이며 이런 인연으로 우리 지역 예술학교인 충북예술고와 우한예술학교도 오래전부터 자매학교를 맺고, 격년제로 상호 예술단 교류를 활발히 해오고 있었습니다.

나는 10여 년 전 충북예술고에 근무할 당시 4박5일 일정으로 충북예고 예술단과 함께 중국 우한시를 방문하는 기회가 있었고 그때 만난 우한예술학교 춤꾼에 대한, 또렷한 기억을 다시 꺼내 봅니다.

그날은 우한예술학교 전공 수업 참관과 간단한 시범 수업 일정이 잡혀 있던 날이었습니다.

음악과 수업 참관을 마치고 무용과 수업 참관을 위해 무용실을 방문했을 때였다. 무용실 플로어 한가운데에 남학생 한 명이 홀로 자리하고 있었다. 몸매는 다부졌고, 예리한 눈매가 에너지로 넘쳐나는 학생이었다.

“중국은 여러 소수민족이 있는데 지금 보여주는 춤은 몽골족을 대표하는 전통춤입니다.”라는 사회자의 소개가 끝나고 잠시 후 전통 복장을 하고 심호흡을 하고 있던 남학생의 우아한 점프와 함께 그날의 춤사위가 시작되었다.

파워 있는 동작은 물론 유연성과 표정 연기까지 완벽했다. 두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 서린 눈빛과 마지막 동작에서 마룻바닥에 자신의 몸을 내동댕이치며 의식의 한계를 보여주는 연극적 프레임까지~ 나는 온몸이 굳어버릴 것 같았다. 주변의 박수 소리조차 내 귀에 들리지 않았다. 나는 시범이 끝나고 교실을 나가려는 소년의 손을 덥석 잡았다. 다소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던 소년에게 나는 엄지손가락을 치켜 보였다. 가벼운 목례와 함께 “Thank you!~” 한 마디만 던지고 무용실을 촘촘히 빠져나가는 소년의 뒷모습에서 자존감과 당당함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침 옆에 있던 우한예술학교 부교장 선생님께서 소년의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말씀하셨다. “저 친구는 중국 최고의 춤꾼입니다. 그런데 성격이 너무 거칠어 다루기가 아주 힘듭니다. 하시며 엷은 미소를 띠셨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몇몇 우한예술학교 선생님들이 공항까지 배웅을 해주셨습니다. 내가 “청주에서 꼭 그 친구의 춤을 다시 무대에 올리고 싶습니다” 하고 말씀 드리니 우한예술학교 무용선생님께서는 학생선발 시 참고하겠다며 즉석에서 답을 주셨습니다.

나는 만약 그 친구가 청주에 오게 된다면 하루쯤 우리 집에 초대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다음해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는 예술단 대표에 뽑히지 못했고 충북예고를 방문하지 못했습니다. 두고두고 개인적으로 진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이번 코로나19, 다시 말해 우한폐렴이 창궐해 도시가 폐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당시 우리를 친절히 맞아준 우한 예술학교 선생님들과 그 친구 생각에 한동안 내 마음이 뒤숭숭했습니다.

지금쯤 멋진 청년으로 자라, 중국 어디에선가, 땀에 흠뻑 젖은 모습으로 감동의 무대를 휘어잡고 있을 멋진 우한 춤꾼의 모습을 간절히 소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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