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 앞 풍선효과
건대 앞 풍선효과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0.05.18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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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아프리카 가나의 남동부에 위치한 도시 `테마'라는 곳에서 노동자 1명이 533명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전파해 감염을 시킨 사실이 보도됐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나나 아쿠포 아도 가나 대통령은 지난 10일 직접 TV에 나타나 “테마의 한 생선공장에서 533명의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이들은 1명의 슈퍼 전파자로부터 감염됐다”고 발표했다.

해당 공장은 세계 최대 연어 통조림 제조업체 소유로 알려졌다. 이 공장에서 발생한 신규 감염자 수는 가나 전체 감염자의 1/10을 넘는 수치다.

화들짝 놀란 가나 정부는 이날 해제할 예정이었던 사회적 거리두기 기한을 5월 말까지로 연장했다. 중고교와 대학교 휴교령도 풀지 않았다. 코로나19의 무서운 전파력이 또다시 세계적으로 입증된 순간이다.

잠잠해질 것 같았던 국내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지난 5일을 기점으로 시작된 이태원 발 `쇼크'로 또다시 위기 상황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조금 가라앉긴 했지만 감염 사례를 보면 무서울 정도의 전파력으로 코로나19가 우리를 공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이태원발 코로나19는 4차 감염 사례까지 확인됐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서울구치소 교도관 A씨는 이태원 클럽에 다녀온 확진자를 시작으로 2차 감염자와 3차 감염자를 매개로 불과 나흘 만에 확진 판정을 받아 4차 감염자가 됐다. 또다른 4차 감염자는 서울 노원구의 한 고교생이다. 이 학생은 이태원 클럽 확진자가 머물렀던 한 노래방에서 접촉한 2차 감염자가 직장 동료에게 3차 감염을 시켰고 3차 감염자의 자녀가 4차 감염자가 됐다.

방역 당국은 잇딴 4차 감염 사례의 발생에 당혹해하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 본부장은 이와 관련 15일 브리핑에서 “4차 감염자의 출현은 확진자의 발견이 늦어지거나 확진자의 접촉자 파악이나 관리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기하급수적으로 감염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4차 감염 사례 발생이 방역 당국의 손길이 미치지않을 경우 `조용한 전파'로 확산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당국을 더 긴장하게 하는 것은 이태원발 확진자의 대부분이 20~30대 젊은 층이며 30% 이상이 무증상 감염자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의 무증상 감염 비율은 10%대였다. 하지만 이번 이태원발 코로나의 경우 대부분 건장한 젊은 층들이 많아 세 명 중 한 명꼴로 무증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젊은 층의 안이한 인식도 큰 문제다. 지난 한 주 간 이태원발 쇼크에 정부가 이태원, 강남, 홍대 앞 일원을 요주의 관찰 지역으로 보자 젊은이들의 발길이 서울 광진구 `건대 맛의 거리'로 쏠렸다.

지난 주말 이 거리에는 단란주점을 비롯해 감성포차 등 대부분 인기 주점과 클럽들이 만원 사례를 이뤘다. 이태원, 강남의 유흥거리를 누르니 다른 곳에서 풍선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방역 당국은 물론 기성 세대들은 이 상황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잠깐인데 어때'라는 생각에 무심코 출입한 곳에서 감염이 된 젊은이들이 가족이나 이웃, 주변의 기저질환자나 노약자에게 치명적인 `숙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과거 어떤 전쟁이나 역병보다 더 심각하게 인류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경제적인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인류의 경제 기반을 뒤흔들어 놓은 무서운 감염병. 절대 한시라도 마음을 놓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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