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없는 텅 빈 교실… 씁쓸하고 공허”
“학생 없는 텅 빈 교실… 씁쓸하고 공허”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0.05.17 2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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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속 첫 스승의 날 맞은 신규교사
입학도 안한 1학년 원격수업 탓 감사인사도 못들어
“교실서 출석 한번 불러보고파”… 소중한날 아쉬움만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한 고등학교 선생님이 코로나19로 인해 등교 개학을 하지 못한 학생들을 생각하며 책상을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한 고등학교 선생님이 코로나19로 인해 등교 개학을 하지 못한 학생들을 생각하며 책상을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첫 발령받고 처음 맞는 스승의 날, 텅빈 교실에 혼자 앉아 있으니 씁쓸했어요”

스승의 날을 누구보다 손꼽아 기다린 신규 교사들. 첫 발령을 받고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모습과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를 들을 줄 알았는데 스승의 날인 지난 15일 그들은 텅 빈 교실을 지켰다.

청주율량중학교 1학년 4반 담임인 김신영 교사(26·체육과목)는 3수 끝에 임용고사에 합격, 올해 3월1일자로 교사로 첫발을 내디뎠다. 2018년 2월 한국교원대학교 체육교육과를 졸업한 김 교사는 임용고사에서 두 번 실패한 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도전한 2020학년도 임용고사 시험을 통과해 올해 2월 최종합격자로 이름을 올렸다.

첫 발령을 받고 담임교사를 맡은 뒤 김 교사는 학생들과 지낼 날을 기대하며 `노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거짓말처럼 노력하지 말자'라는 급훈까지 만들어 놓았다. 스승의 날에는 아이들이 들려주는 `스승의 은혜'를 들을 줄 알았다. 15일 김 교사는 카카오라이브톡으로 원격수업을 했다. 입학도 안 한 1학년 수업이라 그런지 학생 어느누구도 빈말이라도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김신영 교사는 “학창시절 스승의 날이면 `선생님 사랑합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라는 내용을 적은 포스트잇을 칠판에 가득 붙여놓고 선생님에게 스승의 은혜 노래를 목청껏 불렀던 기억이 난다”며 “어렵게 교사가 돼 올해 처음 교단에 섰는데 처음 맞는 스승의 날 제자 얼굴도 못보고 텅 빈 교실만 바라보니 씁쓸했다”고 털어놨다.

율량중학교로 교생 실습을 나온 청주대 체육교육과 4학년 정기건씨(28)도 함께 실습 중인 19명의 동료들과 외로운 스승의 날을 보냈다. 장씨는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인 교생실습을 학생 없이 보냈다. 교생실습 기간 학생들과 땀이 흥건할 정도로 운동장을 누빌 줄 알았다. 11일 시작된 실습 첫주는 참관만 하다 보니 배정받은 2학년 5반 아이들 얼굴을 보지 못했다. 6월3일 개학하는 2학년 5반 학생들은 오는 29일 실습이 끝나는 탓에 얼굴도 한 번 못보고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

장기건씨는 “생애 한번뿐인 교생실습 기간에 학생 없는 스승의 날을 보내니 마음이 허전하고 공허했다”며 “교실에서 출석 한번 불러보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털어놨다.

청주 봉명초 4학년3반 담임을 맡은 천강훈 교사(32)는 지난 2012년 청주교대를 졸업했다. 천 교사는 지난해 2월 대학 졸업 후 6년 만에 치른 임용고사에 합격했지만 미발령 대기자로 1년을 기다린 끝에 올해 3월1일자로 첫 발령을 받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교단에 선 그는 당연히 아이들한테 “선생님”소리를 들을 줄 알았다. 스승의 날 그는 교실에 혼자 있었다.

천 교사는 “6년 만에 시험 보고 1년을 대기해 교사가 됐는데 선생님이라고 불러줄 학생들이 없는 스승의 날이 쓸쓸했다”며 “유년 시절 들꽃을 꺾어 선생님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있는데 아이들과 쌓을 수 있는 소중한 하루가 통째로 날아간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김금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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