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벌통 꿀~꺽 … 수확철 맞아 도둑 활개
토종 벌통 꿀~꺽 … 수확철 맞아 도둑 활개
  • 조준영 기자
  • 승인 2020.05.17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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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단양 등 곳곳서 절도 피해 … 해마다 되풀이
인적 드물고 감시 허술한 산기슭 자리 … 잇단 표적
통당 150만~200만원 호가 기상천외 수법 동원
농가 예방 한계 … 경찰 등 수사기관 적극 나서야

“한 해 꿀 농사를 망칠까 두려워 잠을 이루지 못할 지경입니다.”

꿀 농사를 짓는 A씨(67·제천시 화산동)는 매년 이맘 때면 신경이 곤두선다. 벌통을 노리는 `검은 손'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서다.

악몽은 늘 되풀이된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A씨는 지난 11일 새벽 벌통을 놓은 제천 백운면 평동리 야산을 찾았다가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꿀과 벌이 가득 차 있던 벌통 1군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이나 벌통을 도둑맞은 A씨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 그는 곧장 전화기를 들어 경찰에 신고했다.

벌 사육 농가가 땀 흘려 일군 벌통을 훔치는 `도둑'이 활개를 치고 있다.

벌통 절도 피해는 도내 곳곳에서 속출하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달 단양군 어상천면 덕문곡리 양봉 농가에서도 벌통 2군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대부분 인적이 드물고 감시가 허술한 산기슭에 자리한 벌통은 손쉬운 먹잇감이다. 도둑 입장에선 적은 수고(?)를 들여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

꿀이 가득 차 있는 양봉 벌통(계상)을 기준으로 가격을 매기면 1군당 50만원에 달한다. 같은 조건 속에서 토종 벌통 가격은 무려 150만~200만원을 호가한다.

`꿀벌'도 주요 절도 대상 품목이다. 벌통 1군당 사육하는 벌 개체 수는 3만여 마리다. 양봉은 통상 벌통 1군당 약 10만원, 토종벌은 50만원 선에 거래된다.

소위 돈이 되다 보니 꿀벌을 훔치는 데에는 온갖 기상천외한 수법이 동원된다. 일례로 2017년 3월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에선 60대 남성이 벌 12만 마리를 훔치다가 덜미를 잡혔다. 이 남성은 양봉 농가 주변에 꿀을 바른 벌통 4개를 갖다 놓고 꿀벌을 유인하는 수법을 썼다.

꿀벌은 꿀 채취뿐만 아니라 과수 농가 수정에도 쓰인다. 벌통 도둑이 꿀 수확철(양봉 5~7월·토종벌 9~10월)과 과수 수정 시기에 기승을 부리는 이유다.

벌 사육 농가는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괴산에서 양봉업을 하는 이모씨(79·사리면)는 “벌통을 훔쳐 가는 사람들은 벌 습성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벌이 활동하지 않는 캄캄한 밤이나 새벽에 주로 범행을 한다”며 “꿀 따는 시기에는 일상을 포기하고서라도 벌통을 지켜야 한다”고 토로했다.

일부 농가는 자구책으로 벌통 위치추적기와 같은 첨단 방범 장비를 활용하고 있지만, 도난 피해는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강인섭 (사)한국양봉협회 충북지회장은 “방범 인프라가 발달하면서 과거처럼 대규모 벌통 절도 사건은 줄었지만, 여전히 자식처럼 키운 벌통을 도둑맞는 농가가 많다”며 “농가 스스로 피해를 막는 건 한계가 있는 만큼 경찰 등 수사기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준영기자
reason@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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