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성패 처장 임명에 달렸다
공수처 성패 처장 임명에 달렸다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0.05.1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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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국가 청렴도(부패인식지수) 평가에서 아시아 1위를 다투는 나라가 싱가포르와 홍콩이다. 두 나라가 오랫동안 청렴국가를 유지하는 비결을 논할 때마다 두 조직이 등장한다. 싱가포르의 탐오조사국(貪汚調査局)과 홍콩의 염정공서(廉政公署)다. 모두 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를 전담하는 수사기관이다. 총리(홍콩은 행정장관) 직할의 독립기구로 영장 없이 혐의자를 체포·구금할 수 있는 초법적 기관이다. 부패가 극에 달했던 나라들이 단기간에 청정국가로 탈바꿈 한 것은 두 기관이 무자비할 정도로 엄정하게 권한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탐오조사국은 싱가포르의 국부이자 절대 권력자였던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의 친구인 국무장관과 최측근인 국토개발부 장관을 구속하면서 신뢰와 권위를 쌓았다. 염정공서 역시 뇌물수수 혐의를 받던 도널드 창 전 행정장관을 4년 수사한 끝에 지난 2017년 감옥에 보내며 위상을 인정받았다.

국내에도 비슷한 수사기구인 고위공직자범죄비리수사처(공수처)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설립준비위가 구성돼 개청을 준비 중이며, 관련법에 따라 절차가 진행되면 7월 중 문을 열게된다. 대통령을 비롯한 6부 요인과 국회의원, 판검사, 3급 이상 공무원 등 7000여명이 수사 대상이다.

공수처는 탐오조사국과 염정공서룰 모델로 삼아 설계했다고 한다. 그러나 수사권만 갖는 두 기관과 달리 기소권까지 갖는 공수처의 권한은 더 막강하다. 검찰과 경찰로부터 수사상황을 일일이 보고받고 사건을 이첩받아 자체 수사할 수도 있다.

출범 계기는 좀 다르다. 탐오조사국과 염정공서는 당시 만연한 공직부패를 근절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공수처는 검찰개혁을 겨냥하고 있다. 수사지휘권에 기소권까지 독점한 검찰의 권한 남·오용을 견제하겠다는 일종의 감시기구인 셈이다. 천방지축 공룡을 제어하기 위해 더 사나운 공룡을 투입하겠다지만, 이 공룡은 권력을 적절하게 행사하며 완벽한 정의를 구현할 수 있을까? 적지않은 국민들이 제기하는 의문이다.

청와대가 그동안 검찰에 주문하고 강조해온 `절제된 권한 행사'가 공수처에 적용될 지도 궁금하다. 수사권의 절제는 서민의 생계형 범죄나 변호사 살 능력없는 영세민들에게나 해당될 말이다. 나라의 근간을 좀먹는 고위층 범죄나 권력형 비리에 대한 수사는 무제한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국민 정서이기도 하다. 염정공서는 한 비리 공직자를 14년이나 수사한 끝에 잡아들여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홍콩 시민 99%가 신뢰한다는 영예는 거저 얻은 것이 아니다. 탐오조사국은 한번 수사에 착수하면 그 사건을 마음대로 종결하지 못한다. 심의기구를 통과해야 한다. 권력자가 연루된 사건을 흐지부지 덮을 가능성을 배제한 것이다. 우리 공수처에는 기소할 경우 심의위를 거치도록 하자는 야당의 제안도 반영되지 않았다.

무소불위 권력을 별 견제없이 행사할 수 있는 조직이 탄생하다보니 공수처를 지휘할 처장 임명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공수처장은 차장 임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하고 공수처 검사를 뽑는 인사위원장도 맡는다. 공수처의 성패는 어떤 인물이 처장을 맡느냐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수처장이 갖춰야 할 조건은 명료하다. 정치적 중립성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을 확고히 지켜나갈 의지와 역량이이다.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여당의 책임이 크다. 향후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감히 공수처에 시비를 걸 수 없도록 완벽하게 책무를 수행할 인물을 찾아야 한다. 공수처를 지배하고자 하는 유혹부터 떨치는 것이 우선이다. 공정성을 잃은 공수처는 새로운 정권의 전리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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