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점심시간을 찾으러 가야겠다”
“이제 점심시간을 찾으러 가야겠다”
  • 노영원 현대HCN충북방송 대표
  • 승인 2020.05.1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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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원이 본 記者동네
노영원 현대HCN충북방송 대표
노영원 현대HCN충북방송 대표

 

#시사 풍자 전문 라디오 프로그램 원조인 MBC `싱글벙글쇼' 진행자가 교체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1987년부터 이 프로그램을 진행한 강석, 김혜영이 34년 만에 하차하고 다른 진행자로 바뀐 것입니다.

강석은 모친상을 빼곤 자리를 지켰고, 결혼 당일에도 방송을 진행한 김혜영은 유일하게 출산 때 한번 대타를 세웠다고 합니다.

강석의 하차 소감 중 제 가슴에 와 닿던 말은 “이제 점심시간을 찾으러 가야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김혜영보다 3년 먼저 `싱글벙글쇼' 진행을 맡은 그는 매일 낮 12시부터 시작되는 프로그램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점심시간을 잃어버린 채 방송을 진행했던 것입니다.

저는 지난 2002년부터 3년 동안 KBS 제1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서 전화로 전국 뉴스를 전달한 적이 있습니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시작되는 이 방송은 뉴스 원고를 오전 7시까지 이메일로 보내기 위해 늦어도 6시부터 원고를 준비했습니다.

그 당시는 주 5일 근무제 도입 이전이었기 때문에 토요일까지 방송하면서 힘들었지만, 전국 방송인 만큼 매일 5만원이나 주기 때문에 그만둘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MBN으로 자리를 옮긴 뉴시스 류철호 기자에게 토요일 방송을 부탁해 조금은 여유가 생겼지만, 휴가 기간에도 라디오 방송을 하는 것이 너무 부담이 돼 결국 하차했습니다.

이 방송을 그만둔 뒤 3년 만에 여유로운 아침을 맞은 기억이 떠오르면서 점심시간을 되찾겠다는 강석의 하차 소감이 가슴에 와 닿았던 것입니다.



#아침 시간대 라디오방송이 너무 힘들어 그만뒀지만 오후 시간대 라디오 방송은 그 후에도 6년 동안 계속했습니다.

해외 교포들에게 국내 소식을 전하는 KBS 제3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의 경우 오후 2시부터 시작하는데다 내용도 제한이 없어 즐겁게 방송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또 다른 방송사 두 곳에도 스튜디오 출연으로 참여하면서 한때는 전화 출연을 포함해 3곳에서 라디오 방송을 하기도 했습니다.

라디오방송 기자 출신으로 현재 김종대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재표 전 기자가 제가 휴가를 가거나 출장을 갈 때는 대타로 방송을 해줬기 때문에 3곳에서 방송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저도 이 전 기자가 일이 생기면 `품앗이'식으로 그가 맡은 방송에 출연했고, 이 과정에서 원고 없이 자연스럽게 방송하는 베테랑 아나운서들을 보면서 제 한계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기자들은 원고가 없으면 방송을 하는 데 어려움이 적지 않지만, 베테랑 남자 아나운서들은 제 원고를 슬쩍 보면서 다음 질문을 이어갈 정도로 능숙한 진행을 보여줬던 것입니다.



#최근엔 `보이는 라디오'가 도입되면서 라디오방송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데 성공했다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TV방송이 시작되면서 라디오는 사양길로 접어들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지금도 라디오는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은 라디오가 가진 독특한 매력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단 수십 년간 진행한 MC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푸근한 기분이 듭니다.

또 카메라가 아닌 마이크에 집중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더 솔직하고 담백하게 털어놓을 수 있다는 점도 라디오의 큰 장점입니다.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30년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른 아침 또는 심야시간에 방송하는 라디오 진행자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현대HCN충북방송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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