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가 능사는 아니다 … 소비촉진이 중요하다
기부가 능사는 아니다 … 소비촉진이 중요하다
  • 석재동 기자
  • 승인 2020.05.14 2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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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석재동 부장(취재팀)
석재동 부장(취재팀)

 

강원도가 전 국민에게 지급되는 긴급재난지원금(이하 재난지원금)의 기부문화에 역행하는 선택을 해 주목받고 있다.

강원도와 지역경제단체 등은 한목소리로 재난지원금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계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만큼 기부 대신 도입취지에 맞게 적극 신청해 수령한 후 지역 내에서 사용해야 한다고 지역사회에 선포했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다음주 중으로 자신도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할 계획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는 정부부처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앞다퉈 간부공무원들이 기부행렬에 동참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선언이어서 주목된다.

그렇다면 왜 강원도는 기부를 거부하고 나섰을까.

정부는 소득 하위 70% 이하 가구에 4인 기준 100만원을 지급하는 당·정·청 협의안을 고수하다가 국회에서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되 상위 30%를 포함한 국민들이 자발적 의사에 기부할 수 있도록 하기로 하자,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방안을 마련했다.

정부입장에선 기부를 선택하는 국민이 많을수록 재정부담이 적다.

실제로 정부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자발적 기부' 메시지를 거듭 상위 30%에 보내고 있다. 이에 따라 공직사회는 물론 일부 민간 대기업에서도 간부들에 대한 기부 독려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강요된 기부'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아무리 `자발적'이란 조건이 붙어도 기부 동참 선언을 한 조직의 구성원으로선 결국 등 떠밀려 기부에 나설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사정이 이쯤 되자 충북도를 비롯한 전국 대다수 지방자치단체에서 간부공무원들의 자발적 기부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기부금 신청을 하지 않거나 지원금을 수령한 뒤 기탁하는 방식으로 기부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강원도는 `적극 수령 후 사용'이라는 누구도 선택하지 않은 길을 선택했다. 중앙정부의 `눈치'를 보기보단 내수진작이라는 `실리'를 선택한 것이다. 재난지원금이 대부분 국비로 지원된다는 점을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재난지원금은 대략 국비와 지방비 비율이 86대 14 정도로 구성된다. 소득 하위 70% 지급방안에선 80대 20 비율을 정했지만, 상위 30% 추가분에 대해선 전액 국비를 투입하기로 했기 때문에 분담비율이 달라졌다.

충북도내 재난지원금은 72만4000가구에 4459억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이 중 3830억원이 국비로 지원된다. 도비는 315억원, 시·군비는 314억원이 투입된다.

전 도민이 재난지원금을 신청한다고 하면 3830억원이라는 국비가 충북도내 영세자영업자를 위해 투입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충북도에서 경제회복을 위해 4단계에 걸쳐 투입한 예산이 총 5189억원(재난지원금 도비 315억원 포함)인 점을 고려하면 재난지원금 국비 규모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단순계산으로 충북도내 수혜가구 중 10%가 기부에 동참한다면 380억원 가량의 국비가 지역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 쓰여질 기회가 사라지는 셈이다.

이쯤되면 기부가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소상공인 등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소비를 촉진해야 한다. 본래 취지에 맞게 소비촉진이 우선시 돼야 한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로 무너진 지역 상권을 살리는 일종의 경제방역인 만큼 적극적으로 받아서 소비해야 한다. 물론 기부도 중요하지만 소비촉진에 무게를 더 둬야 한다는 것이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은 멈춰버린 지역상권을 살리는 것”이라며 “도청 전 직원이 나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의 상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처한 상황과 인구가 비슷한 충북도로선 한 번쯤 곱씹어볼 만한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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