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눈치' ...공직사회 `웃프다'
재난지원금 `눈치' ...공직사회 `웃프다'
  • 하성진 기자
  • 승인 2020.05.14 2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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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신청 나흘째 … 자발적 기부 분위기 확산
상당수 떠밀리기식 … 가족 수령 학수고대 `난감'
정부 취지 `소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 빛바래
첨부용. 11일 오전 서울 성북구 성북구청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추진단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구민들과 통화하고 있다. 저소득층을 제외한 일반가구의 신용·체크카드 포인트 충전식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온라인 신청이 이날 오전 7시부터 시작됐다. 2020.05.11. /뉴시스
첨부용. 11일 오전 서울 성북구 성북구청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추진단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구민들과 통화하고 있다. 저소득층을 제외한 일반가구의 신용·체크카드 포인트 충전식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온라인 신청이 이날 오전 7시부터 시작됐다. 2020.05.11. /뉴시스

 

“자발적 기부가 확산하는 분위기에서 안 한다고 할 수는 없죠. 그런데 부인과 자녀들은 불만을 토로해 난감하네요.”

충북 도내 한 자치단체 서기관의 푸념 섞인 하소연이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정부가 최대 100만원을 주는 긴급재난지원금 온라인 신청이 이뤄지는 가운데 기부의사를 밝힌 공직자들이 남모를 사연을 털어놓고 있다.

은근히 기부를 종용하는 까닭에 기부에 동참하겠다고는 했지만 수령을 학수고대하는 가족들이 보내는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전 국민에게 지급되는 긴급재난지원금 온라인 신청이 나흘째를 맞은 가운데 청주시 등 도내 일부 자치단체 공무원들이 기부에 동참하고 나섰다.

이시종 충북지사와 도청 간부공무원 20여명은 기부금 신청을 하지 않거나 수령한 뒤 기탁하는 방식으로 기부한다.

김병우 도교육감과 노승일 충북경찰청장, 한범덕 청주시장 등 단체장과 간부공무원들의 자발적인 기부행렬도 줄을 잇고 있다.

정부는 신청과정에서 기부의사를 표시하거나 3개월 동안 신청을 하지 않으면 기부한 것으로 간주해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다.

공직 내부에서 기부가 확산하는 분위기지만 동참 선언을 한 공직자 가운데 상당수는 사실상 등 떠밀려 기부에 나서고 있다.

말로는 `자발적' 기부라는데 분위기는 `강요'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실제로 한 고위공직자 A씨는 이미 부인과 자녀 2명이 자기 몫(각 25만원)을 정해놓고 사용계획까지 세워놓았다.

단체장을 비롯한 간부들의 기부 결정 이후 A씨가 가족에게 이를 알리자 집안 분위기는 순간 냉랭해졌다.

그는 “자식들이 상의 없이 결정했다며 거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라며 “그렇다고 일부만 기부하고 나머지는 수령하자니 모양새가 좋지 않아 난감하다”라고 전했다.

다른 공무원 B씨는 부부싸움까지 했다. 지원금 신청을 하는 세대주가 부인인데, 무조건 수령하겠다고 하는 탓에 승강이를 벌인 것이다.

또 다른 고위공직자 C씨는 설득 끝에 기부하기로 뜻을 모았다. 하지만 단서가 붙었다. 지원금은 그대로 기부하지만 두 자녀가 책정한 자신들의 몫 25만원씩을 별도로 주는 조건이다.

C씨는 “재난지원금 소비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자녀들의 주장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라면서 “기부에 따른 기회비용 100만원에 자녀 용돈 50만원까지 포함하면 150만원인데 배보다 배꼽이 큰 꼴이 됐다”라며 쓴웃음을 보였다.

/하성진기자
seongjin98@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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