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운동
동학개미운동
  • 공진희 기자
  • 승인 2020.05.13 1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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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우리가 의를 들어 여기에 이름은 그 본의가 단연코 다른 데 있지 아니하고 창생을 도탄에서 건지고 국가를 반석 위에다 두고자 함이라. 안으로는 탐학한 관리의 머리를 베고 밖으로는 횡포한 강적의 무리를 구축(驅逐)코자 함이라. 양반과 부호 앞에 고통받는 민중들과, 방백과 수령 밑에 굴욕을 받는 작은 관리들도 우리와 같이 원한이 깊은 자라. 조금도 주저치 말고 이 시각으로 일어서라. 만일 기회를 잃으면 후회해도 미치지 못하리라'/ 갑오년 3월 전봉준의 격문 중에서/

최근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에 맞선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를 빗대어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코로나19가 들불처럼 번지던 지난 3월 국내 증시는 30% 넘게 떨어지는 말 그대로 폭락장을 연출하며 공포심리가 최고조로 치달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 기간 12조원이 넘는 매물을 쏟아냈다.

용감한 건지, 무모한 건지 이때 개인투자자들이 이 매물을 받아내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동학개미운동으로 삼성전자 주주가 3개월 사이에 100만명이나 늘었다.

올해 주식시장에 유입된 개인 투자자 자금은 5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는 올해 들어 지난 8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26조900억원, 코스닥시장에서 4조6670억원을 각각 순매수했다.

양대 증권시장을 합쳐 무려 30조7570억원 어치의 주식을 사들인 것이다.

이와 함께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코스피·코스닥시장의 투자자 예탁금은 44조4689억원으로 작년 말(27조3384억원) 대비 17조1305억원(62.66%) 늘었다.

동학 개미운동은 그야말로 반전이었으나 IMF 외환위기와 9·11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단련된 학습효과도 한몫했다.

주식시장에서 언제나 외국인 투자자들의 `밥'이었던 개인투자자들이 이번 폭락장을 우량주 저가매수 기회로 활용해 다시는 희생양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여준 것 같다.

이와 함께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의 대표기업의 주식을 과점하면서 천문학적 규모의 배당금을 받아가는 현실도 바꿔보자는 의미가 결합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개미들이 매수 행진을 이어가면서 증시는 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급락한 이후 오히려 거래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2주간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각국 증시가 큰 폭의 등락을 거듭하는 가운데에도 코스피는 1900~1950의 박스권 내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등락을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달 들어 지난 8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5311억원, 기관은 2670억원을 각각 순매도했으나 개인이 1조7102억원어치를 사들이면서 코스피는 지난달 말 대비 0.09% 하락하는 데 그쳤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동학개미운동이 성공해야 하는 이유'에서 왜곡된 정보나 외국인의 일방적인 수급에 의한 주가 변동성을 줄이고 합리적 주식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내국인의 투자 비중이 높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5월 11일은 동학농민혁명 국가 기념일이다.

126년 전 반봉건·반외세를 내세우며 봉기한 동학혁명은 비록 그 뜻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 정신은 한말 의병운동과 3·1운동, 무장독립운동으로 계승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오고 있다.

동학 개미들이여, 부디 가슴 속에서 꿈틀대는 투기본능을 이겨내고 못다 이룬 동학혁명의 꿈을 주식시장에서라도 꽃피워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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