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방사광가속기가 뭐기에?
도대체 방사광가속기가 뭐기에?
  • 김태선 물리교육학 박사·충북 특수교육원 과장
  • 승인 2020.05.1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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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김태선 물리교육학 박사·충북 특수교육원 과장
김태선 물리교육학 박사·충북 특수교육원 과장

 

“방사광가속기를 오창으로 유치하려고 한다는데 괜찮은 거예요?”

“방사선이 나오면 인체에 해로운 거 아니에요?”

“동네에 있으면 위험할 것 같은데, 왜 자꾸 가져오려고 하죠?”

며칠 전 방사광가속기가 충북의 품에 안기면서 주변인에게 들었던 말이다. 사람들이 방사광가속기라는 단어를 들으면 방사선이나 핵발전소 같은 단어를 떠올린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일반인들을 위한 과학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과학적 소양을 지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특히 정치인의 과학적 소양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을 만드는 프로젝트(맨해튼 프로젝트)에서 드러났다. 대중의 과학적 소양을 위해 이 칼럼도 일조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가속기란 입자를 빛의 속도로 빠르게 가속시키는 장치로, 방사광가속기는 가속된 전자가 빛의 속도에 도달할 때 나오는 빛(방사광·Synchrotron Gadiation)을 이용하는 가속기이다.

그런데 왜 전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시키려고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전자가 빛의 속도로 가속이 되면 원 궤도를 그릴 때 굉장히 밝은 빛(방사광)을 발생시키는데, 이 빛은 아주 작은 나노세계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려주는 현미경 같은 역할을 한다. 즉 가장 정밀한 현미경이 바로 방사광가속기이다. 오창에 건설하려는 저에너지 방사광가속기는 의약산업, 바이오산업,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미경처럼 구조를 분석하고 소재를 연구하는데 무궁무진한 활용성을 갖고 있다.

방사선이 걱정되는가? 방사선은 알파선, 베타선, 감마선 등이 있다. 우리가 흔히 방사선은 위험하다고 하는 이유는 불안정한 상태의 원자들이 안정된 상태로 바뀌면서 방사선이 폭발적으로 나오며 제어가 안 되는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걱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매일 방사선을 활용하고 있는 병원에서 X레이를 찍기 때문에 병원이 우리 동네에 들어오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특히 방사광가속기의 경우 전자가 가속되어 나오는 방사선은 베타선인데 이는 나무판자나 철판으로도 차폐가 가능하다. 오히려 기존 산업체나 의료기관, 연구소들이 저에너지준위를 활용하고 나오는 폐기물의 앞으로 처리를 더 신경 써야 한다.

지난달 말 방사광가속기를 오창에 유치하기를 원하는 과학자들의 포럼에 다녀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사단법인인 충북여성과학기술인회 이사로서 충북 오창으로 유치하는 것이 다목적 방사광가속기의 활용도를 높이는 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유치 경쟁을 넘어 과학자들, 가속기 이용자들의 접근성을 고려해 충북 오창이 최종 부지로 선정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포럼에서 가속기 이용자 중의 한 명의 말이 생각난다. 포항에 있는 방사광가속기를 쓰기 위해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다가 긴 시간 동안 차를 타고 내려가서 작업하느니 차라리 일본에 가서 작업하고 오는 것이 더 효율적이겠다고 생각했었다고. “걱정 마세요. 이제 충북 오창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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