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소비의 시작
착한 소비의 시작
  • 한기연 시인
  • 승인 2020.05.12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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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한기연 시인
한기연 시인

 

K선생님과 통화를 하고 나서 고민이 됐다. 어제 함께 산책을 하면서 건강식품을 추천드리니 주문도 해 달라 했는데 취소하신다는 전화였다. 벌써 입금을 한 상태였지만 내가 먹으면 되기에 괜찮았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취소하신 이유에 대해 곱씹어 보게 되었다.

마흔 중반을 넘기면서 영양제를 챙겨 먹기 시작했다. 종합비타민 한 알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아침, 저녁으로 몇 알씩 알람을 맞춰 놓고 먹는다. 운동과 먹는 습관을 바꾸지는 않으면서 약의 효능에만 의지하게 되었다. 엊그제 밤에도 무료하게 TV 채널을 돌리다가 건강식품에 관한 정보와 사례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봤다. 요즘 인기 있는 `크릴오일'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효능은 같으면서 가성비 좋은 상품을 찾았다.

K선생님께 추천 드렸을 때도 `크릴오일'의 원료인 `크릴새우'가 멸종위기라며 안타까워하셨다. 그러더니 반나절 고민 끝에 자신은 먹지 않겠다는 단호함을 보이셨다. 전화를 끊고 나서 시간이 지날수록 `크릴오일'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청정지역 남극해에서 서식하는 크릴새우는 가장 하위층에 있는 생명체라서 작은 물고기부터 범고래까지 남극 생물들의 주요 먹이라고 한다. 또한 해수면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해조류를 먹고 해저 깊숙이 잠수하여 배설하는 습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크릴새우의 배설물이 탄소를 바다의 깊숙한 곳까지 옮겨 저장해서 지구의 탄소 순환에 막대한 역할을 해준다고 한다. 크릴새우의 배설물은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천연가스'또는 `석유'와 같은 천연자원의 형태로 변형된다. 이처럼 크릴새우는 남극 해양자원 생태계를 지탱하고 있는 매우 중요한 생물이다.

최근 크릴새우는 오메가3, 필수 아미노산, 단백질분해효소가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서 건강식품과 약품 개발의 원료로 유명해졌다. 우리나라 홈쇼핑에서도 대대적인 광고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각광받고 있다. 크릴오일 한 병을 만드는데 크릴새우 16,000마리가 든다. 이처럼 크릴새우는 크릴오일의 인기 때문에 너무 많이 잡아들여서 남극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소비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지난번 친구가 원두커피를 선물하면서 `공정무역커피'라고 덧붙였다. 친구의 말에 따르면 대부분의 커피는 빈국의 가난한 소작농이 재배하는데 중간과정에서 커피를 헐값에 사들이고 폭리를 취해서 제3세계 생산자들의 빈곤과 노동력 착취가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이에 공정무역 커피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로 제3세계 커피 농가에 합리적인 가격을 직접 지불해 사들이는 `착한 소비'이다.

농부의 땀이 담긴 한 톨의 쌀처럼 한 잔의 커피를 마시기까지의 긴 여정과 수많은 사람의 노동력을 생각하며 소비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크릴오일의 대체품도 시중에 많이 있다고 한다. 이미 주문한 크릴오일은 어쩔 수 없지만 이제는 먹거리의 원천부터 환경을 지키고 사람을 생각할 줄 아는 소비를 해야겠다. 인간의 건강과 편의를 위해서 무너지고 있는 환경과 생태계를 살리는 소비를 하는 것이 공존의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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