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靈魂)의 온도
영혼(靈魂)의 온도
  • 신금철 수필가
  • 승인 2020.05.07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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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신금철 수필가
신금철 수필가

 

덜컥 겁이 났다. 코로나 19의 증상을 인터넷으로 다시 확인했다. 발열, 기침, 호흡곤란, 가래, 두통 등의 증상 나타나고 일반적인 감기와 비슷하단다. 그 중 두어가지 해당이 되니 혹시 코로나가 아닌가 걱정이 되어 입이 바짝 말랐다.

병원에 가 보자던 남편의 말을 귓등으로 들은 게 후회되었다. 염치불구하고 남편에게 휴일 진료병원을 검색해달라고 하였다. 남편도 걱정되었는지 당직병원을 검색하여 급히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 노심초사하였다. 행여 코로나에라도 걸린 것 아닐까? 갑자기 멀리 떨어져 사는 자식들이 생각났고 온라인 학습을 돌봐줘야 하는 손녀 때문에 걱정이 되었다. 몸에 열이 더 오르는 것 같았고 마음의 열은 더욱 달아올랐다.

“감기몸살이네요. 주사 맞으시고 사흘치 약 처방 해드릴게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얼마나 철저하게 예방수칙을 지키고 두문불출했었는데…. 행여 코로나가 의심되니 검사를 받아보라고 할까 봐 잔뜩 긴장을 했었다.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금방 열이 내려간 느낌이었다. 병원에 다녀오고 약을 먹으니 열이 내리고 아프던 머리도, 팔다리도 덜한 것 같았다.

지금껏 살면서 정상체온을 벗어난 적이 한두 번이었겠는가? 그러나 이번처럼 체온 측정에 몰두하기는 처음이다. 그만큼 코로나에 대한 불안과 위협은 대단하다. 체온은 낮아도 높아도 걱정이다. 수치가 정상 범위를 크게 벗어날수록 건강엔 적신호가 켜진다. 요즘은 삶의 네트워크가 모두 코로나에 직결되었다. 며칠을 고온에 시달리다 보니 정상체온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상이다.

이제 어느 정도 코로나의 위기를 넘긴 듯하다. 그러나 아직도 전파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니 더 철저히 예방수칙을 지켜려 한다. 코로나 발병으로 거의 3개월 동안 교회 문을 닫아 교회에서 미사를 드리지 못했다. 이제 정부에서도 어느 정도 규제를 풀어 다음 주엔 교회도 부분적인 미사를 개시한다. 그동안 느슨해진 신앙의 끈을 바짝 조인다. 나뿐만 아니라 교우들의 마음도 한껏 부풀어 그동안 나누지 못한 대화들을 카톡으로 전하고 있다.

“체온을 측정하면서 신체 온도뿐만 아니라 내 영혼의 온도도 측정해 봅니다.”

신심信心이 두터운 어느 자매님이 보낸 글귀에 가슴이 찡했다. 칠십 평생을 넘게 살면서 `내 영혼의 온도'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영혼의 온도를 수치로 표시한 것을 본 적도 없다. 단지 차가운 영혼, 뜨거운 영혼이라는 말은 들은 적이 있다.

어떤 이는 사랑의 온도를 영혼 온도라 하였다. 사랑이란 말에선 온기가 느껴진다. 나처럼 인색하고 이기적인 사람의 영혼은 차갑고, 사랑과 봉사가 몸에 밴 사람들의 영혼은 화로처럼 뜨거울 게다.

영혼의 온도 수치가 높을 것으로 생각되는 분들을 떠올린다. 고故 이태석 신부님은 아프리카 수단에서 내전과 가난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봉사하다 병을 얻어 천상으로 오르셨다. 오스트리아의 마리안 수녀님과 마가레트 수녀님은 소록도에서 사랑과 봉사로 한센병 환자를 돌보시는 일에 평생을 바치셨다. 요즘 코로나19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고생하시는 의료진들과 봉사자들 역시 조건 없는 사랑을 실천하시는 분들이다. 존경과 감사의 마음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지금까지 내 영혼의 온도는 냉기를 품고 있었다. 신체 온도가 나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면 영혼의 온도는 힘든 이들과 함께 가치 있는 삶을 공유하는 데 큰 몫을 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영혼의 온도를 높이는 데 삶의 비중을 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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