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인류가 거듭나야 할 때
전 인류가 거듭나야 할 때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0.05.07 19: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時 論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인간의 의식 발전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해온 정신문화의 꽃이 바로 학문이다. 학문 중에서도 문학, 역사, 철학 등의 인문학은 그 어느 때보다도, 물질문명이 극으로 치달리고 있는 21세기가 되면서 더욱더 그 중요성이 입증되고 있다. 육체적으로 아무리 생명을 무한 연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고 해도, 정신적으로 불안하거나 주변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만족스럽다면,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이 현 인류의 의식수준이기 때문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신문화의 중심축이 돼온 학문(學問)의 존재 이유 및 본 목적은 무엇일까? 학문에 대한 다양한 정의들이 공존하지만, 맹자님은 학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내린 바 있다. “仁人心也(인인심야) 義人路也(의인로야)” 즉, 어짊은 사람의 마음이고 올바름은 사람의 길로써, “學問之道無他(학문지도무타) 求其放心而已矣(구기방심이이의) 즉, 학문의 길이란 다름이 아니라, 잃어버린 어진 마음인 인(仁)을 회복하는 것이다.

어진 마음인 인(仁)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이웃을 자신의 몸처럼 긍휼히 여기며 돌보는 `사랑'에 다름 아니며, 불교에서 말하는 중생이 아프면 함께 아파하는 동체대비의 보살심인 `자비'와도 다르지 않다. 이처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따듯하고 어진 마음인 인과 사랑과 자비를 회복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맹자님은 “人有鷄犬放則知求之(인유계견방즉지구지) 有放心而不知求(유방심이부지구)” 즉, 사람들이 개나 닭이 도망가면 찾을 줄 알면서도 마음을 잃고서도 찾을 줄 모른다고 전제한 뒤, 들뜨고 흩어지고 어둡고 탁해진 마음을 가라앉히고 모으고 밝히고 맑히는 구기방심(求其放心)이야 말로 학문의 존재 이유며, 궁극적인 본 목적임을 강조하신다.

맹자님은 구기방심을 위한 방법론으로, 아랫마을 윗마을 등의 일체 분별이 중단된 깜깜한 밤의 기운인 생명의 원기를 회복하고 보존하는 존야기(存夜氣)를 역설하셨다. 존야기란 어진 마음을 찾고 회복하기 위해 이런 저런 방법들을 동원하기보다는, 일체 생각과 행동을 쉬고 또 쉼으로써 방전된 몸과 마음을 생명의 원기인 호연지기(浩然之氣)로 가득 채우는 것이 핵심이다. 마치 밧데리가 방전된 핸드폰을 사용하기 위해선, 일체의 작동을 멈추고 충전하듯, 인(仁)의 마음 내지 생명의 원기인 호연지기(浩然之氣)를 회복하는 것이 존야기라는 것이 맹자님의 가르침이다. 구기방심을 위한 존야기는 저울의 0점 조정처럼, 마음을 0점 조정해서 잘 쓰기 위함일 뿐, 현실을 외면하거나 도피하면서 수수방관자가 되기 위함은 결코 아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인류는 들뜨고 흩어지고 어둡고 탁해진 마음을 가라앉히고 모으고 밝히고 맑히는 `구기방심(求其放心)'을 통해 지나치게 육체적 욕망을 좇는 물질 위주의 천박한 문화를 과감하게 벗어던져야 한다. 불필요한 생산과 소비를 절제하면서, 서로 돕고 사랑하는 대동사회(大同社會)로 나가야 한다. 죽어서 천국이나 극락 가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다 함께 살기 좋은 지상 낙원인 유토피아를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인류에게 전하는 가장 주된 메시지다. 일체의 불필요한 생각과 행동을 알아차리고 그치는 명상, 자신의 온갖 욕심과 삿된 주견을 비워내고 심령이 가난한 자로 거듭나는 참다운 기도 등을 통해 나 없음의 무아(無我)를 깨달아 증득하기 위한 인류의 간절한 몸부림이 지구촌 전역으로 요원이 불꽃처럼 번져가기를 소망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