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구조 이야기
소송구조 이야기
  •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 승인 2020.05.0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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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영 변호사의 以法傳心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작년 설을 앞두고 소송구조사건의 의뢰인으로 괴산에 홀로 사시는 어르신을 알게 되었는데, 어르신이 거주하는 허름한 무허가주택이 있는 땅의 주인이 토지를 인도하여 달라는 사건에서 어르신이 피고가 된 경우였습니다. 지금은 남의 땅이 되었지만 과거 땅과 건물의 소유가 동일하였던 경우라면 그 땅 위에 건물의 소유와 사용을 위한 법정지상권(法定地上權)이라는 권리가 있어 건물철거 및 토지인도 청구에 대하여 방어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요건부터 먼저 검토하였습니다.

주택 인근의 땅은 고인이 되신 배우자의 소유였던 적은 있었지만 하필이면 주택이 소재한 땅은 처음부터 남의 땅이었던 것입니다. 이 일대가 어르신의 과거 배우자의 땅이었고 그 위에 집을 짓고 30년을 살아왔으니 계속 살 권리가 있다고 연고를 주장하셨지만 안타깝게도 법은 이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법대로라면 집을 비우고 토지를 점유하지 말아야 하는 것입니다.

다행히도 사업장을 운영하는 토지 소유자가 어르신께 무단점유로 인한 사용료를 청구하지 않고 건물과 땅을 비우도록 인도만 청구하고, 이사비용과 보증금 명목을 지급하기로 원만한 조정을 이끌어 냈습니다. 그럼에도 어르신이 해를 넘겨 기한이 지나도록 건물과 땅을 비우지 않아 현재 강제철거가 문제 되는 상황입니다.

한편, 필자가 최근 고령의 북한이탈주민을 상담하게 되었습니다. 자녀가 없이 배우자가 고인이 되면서 남긴 것은 허름한 연립주택 1채인데, 故人 배우자의 형제들이 주택을 달라고 요구하기에 필자를 방문하게 된 경우였습니다. 배우자인 상담인이 단독상속인이 되고 고인 배우자의 형제들에게는 상속권이 없기 때문에 안심해도 좋다고 하였음에도 불안해 보였습니다. 홀로 되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해도 심정적으로 고인 배우자의 형제들의 요구에 불안하고 당황스러운 것 같았습니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분과 같이 살면서 외로움을 달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순간 괴산에 홀로 계시는 어르신이 떠올랐습니다. 집을 비워야 함에도 막상 비우려니 갈 곳이 없어서 법원에서 정한 일을 이행하지 못하고 그러고 계신 것 같습니다. 어르신이 계시는 관할 면사무소에 문의해도, 주택공사에 문의해도 딱 들어맞는 주거대책이 없습니다. 이 어르신과 같은 경우가 전국에 얼마나 많을까요? 여전히 복지의 사각지대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처지에 계시는 이 두 어르신을 맺어 주는 것은 어떨지 고민입니다. 최근 상담한 북한이탈주민은 언니 동생 하면서 살고 싶다고 좋다고 하십니다. 괴산에 계시는 어르신으로부터는 아직 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소송구조변호사로서 필자의 임무는 진즉에 끝났는데, 이 두 분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독거노인이라는 공통점에 북한이탈주민이라는 것까지 사회적 취약계층이 겪는 현실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괴산에 계시는 어르신으로부터 흔쾌히 답을 받을 수 있기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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