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의 꽃샘추위
사월의 꽃샘추위
  • 김순남 수필가
  • 승인 2020.04.2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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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순남 수필가
김순남 수필가

 

아직 피우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 뒤편 그늘진 화단에 목련 나무들은 달걀만 한 봉오리를 매달고 벌써 2주째 멈추어 있다. 남쪽 지방에는 이미 달포 전에 꽃들이 피었다 졌고 춥기로 이름난 우리 지역에도 개나리 목련, 벚꽃들이 피고 졌다. 햇볕구경 못하는 목련 나무는 이제나저제나 기회를 보다가 어느 날 훈풍이 돌자 꽃봉오리를 밀어올렸지만, 다시 기온이 연일 떨어져 꽃송이를 피우지 못하고 있다.

날씨도 거리두기를 하는 걸까. 초봄에 날씨가 따뜻하다가 입학시즌이면 한두 차례 꽃샘추위가 몰려와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올해는 코로나19로 학생들이 입학도 등교도 못하고 지내다가 이제 온라인으로 수업하고 있다. 전염병에 대한 공포와 방역차원에서 진행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사람들의 마음은 얼어붙어 있는데, 비교적 따뜻했던 지난겨울을 보내고 유난히 일찍 봄이 오는 것 같아 계절이 야속하기도 했었다. 계절이 오고 가는 것은 자연의 이치지만 어쩌면 사람들의 환호와 사랑을 제쳐놓고 혼자 성큼성큼 가기는 민망했던지 사월에 꽃샘추위를 몰고 온 모양이다.

농가에는 냉해로 피해가 크다고 한다. 사과, 배 등 과일나무들이 한창 꽃이 피어 수정할 시기에 이상저온으로 꽃이 얼어버렸다. 꽃이 냉해를 입게 되면 열매를 잘 맺지 못하고 과일이 달리더라도 기형으로 상품가치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니 과수농가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닐듯하다. 며칠 전 이웃 마을에는 우박도 내렸다니 한 해 농사를 시작하는 봄에 이렇게 자연재해를 입어 농민들 시름이 깊을 듯하다.

사월은 봄이 활짝 피는 계절이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경제가 침체하다 보니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한창 학교에서 공부하고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잔인한 사월이다. 농가에서는 이맘때면 파종할 시기인데 외국인 근로자들이 들어오지 못해 일손부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상저온 현상으로 농작물 냉해까지 입게 되었으니 난감할 노릇이다.

어두운 터널도 끝이 있다. 위험을 무릎 쓰고 일선에서 묵묵히 감염병과 사투를 벌이는 의료인들의 희생과 대부분의 국민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해온 덕에, 이제 새로운 환자 발생 건수가 확연히 줄어 희망을 기대해 본다. 평온한 일상이 더없이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는 때이다. 잃은 것이 많아 좌절도 되지만 모두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아야겠다.

지금 머물고 있는 꽃샘추위도 물러가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목련은 곧 피어나리니. 어려움을 겪는 모든 이들이 힘든 시기를 잘 극복하고 희망도 꽃처럼 피어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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