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농가·유통업체 `생업 포기할 판'
영세 농가·유통업체 `생업 포기할 판'
  • 오영근 기자
  • 승인 2020.04.27 20: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식용계란 선별포장제' 시행 4일째
2년 유예·계도기간 불구 시설·설비 구축 언감생심
충북 허가업체 5.8% 불과 … 나머지 위탁해야 가능
물세탁 계란, 10ppm 이하서 보관 · 유통하도록 규정
상온 노출 잦을땐 되레 세균흡착·신선도 저하 우려
계란의 위생적 유통관리를 위해 지난 25일부터 본격 시행된 식용계란 선별포장제가 2년간의 유예와 계도기간에도 불구 실제 유통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규정으로 논란을 사고 있다. /뉴시스
계란의 위생적 유통관리를 위해 지난 25일부터 본격 시행된 식용계란 선별포장제가 2년간의 유예와 계도기간에도 불구 실제 유통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규정으로 논란을 사고 있다. /뉴시스

 

지난 25일부터 본격시행된 식용계란 선별포장제가 영세 유통업자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계란의 위생관리에도 적지않은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식용계란 선별포장제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림축산식품부(이하 정부)가 계란의 위생관리를 위해 2018년 도입한 뒤 1년의 유예와 1년의 계도기간을 거쳐 지난 25일부터 본격 시행된 제도다.

이에 따라 산란계 농장이나 계란수집판매상들은 세척과 건조, 살균, 검란 포장 등 계란선별포장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만 계란을 팔 수가 있다.

문제는 2년간의 유예와 계도기간에도 이 같은 선별포장 시설을 갖춘 농장이나 유통 판매상이 극히 적다는 점이다. 선별포장 시설과 설비를 갖추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충북도내의 경우 산란계 농장 102개와 수집판매상 121개 등 223곳 중 `식용란 선별포장업' 허가를 받은 곳은 전체 5.8%인 13곳(산란계 농장 내 9곳·농장 외 4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200곳의 농가나 계란판매상은 직접 계란을 팔 수 없다는 얘기다. 이들이 계란을 판매하려면 식용란 선별 포장업체에 포장을 위탁해야만 가능하다. 규모가 작은 산란계 농장이나 영세 판매상들로서는 생업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 된 셈이다.

청주에서 15년째 하루 4500개 계란을 가정에 공급해온 김모씨(54·청주시 청원구)는 “국민의 건강한 먹거리를 위한다는 제도지만 이번 조치로 식용계란 수집판매업자들은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됐다”며 하소연했다.

김씨는 이런 문제로 현재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올렸고 전국에서 300여명이 이에 동조했다.

계란의 위생관리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계란은 살모넬라균 등 세균제거를 위한 물세척 계란과 비 물세척(브러쉬, 공기 세척) 계란으로 구분된다. 새로 도입된 제도는 이중 물세척 계란을 10℃ 이하에서 보관·유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계란 유통과정에서 상온 노출이 잦을 경우 껍질에 결로현상이 반복돼 되레 세균흡착 가능성이 높아지고 신선도마저 저하될 것이라고 판매업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청주계란협회 한 관계자는 “계란 유통과정의 어려움으로 청주시내에 하루 유통되는 60만여개 계란 중 물세척 계란은 거의 없다”며 “소비자 기호에 맞춰 물세척을 하고도 비세척 계란처럼 유통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정부는 이와 관련해 각 자치단체에 공문을 보내 식용계란 선별포장의 즉각적인 단속보다는 대형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지도·점검을 해달라고 한발 물러섰다.

/오영근 선임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