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에게 출입처는?
기자에게 출입처는?
  • 노영원 현대HCN충북방송 대표
  • 승인 2020.04.23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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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원이 본 記者동네
노영원 현대HCN충북방송 대표
노영원 현대HCN충북방송 대표

 

#지난해 11월 KBS가 출입처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해 그 배경과 향후 추진 과정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언론계 일부에선 언론 개혁의 중요한 과제가 `출입처 폐지'라고 지목할 정도로 출입처는 기자사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영남지역 일간지인 A신문이 지난 2010년 출입처를 탈피하겠다고 선언했지만 현실적인 제약으로 큰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A신문의 경우 외근 기자가 쓸 공간이 한정돼 있어 지방경찰청과 경찰서, 시청, 도청 기자실을 베이스캠프로 사용해 사실상 출입처를 남겨둔 것입니다.

언론사들이 출입처를 벗어나 이슈 중심의 차별화된 뉴스를 생산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자 중 상당수가 출입처 폐지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감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도 수많은 기자들에게 출입처는 `일터'이자 `삶의 터전'이기 때문입니다.



#기자들은 출입처에서 타사 기자들과 오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같은 회사 기자보다 더 친한 사례가 많습니다.

박익규 충북인재양성재단 사무국장은 저에게 고교 선배이면서 4번이나 같은 출입처에서 만난 동료 기자입니다.

제가 괴산 주재기자 시절 처음 만난 박 국장은 옥천 주재기자로 또 만난 뒤 그가 다른 출입처로 옮겼다가 다시 옥천으로 발령돼 세 번째 인연을 맺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옥천 기자단 간사를 서로 주고받으면서 다른 기자들의 시샘을 받기도 했습니다.

박 국장과 저는 마지막으로 충북도청에서 만나 오랜 기간 동안 도청과 정치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취재원들을 함께 만났습니다.

그가 언론계를 떠나기 직전 저와 식사를 하면서 “조만간 상의할 일이 있다”고 했지만, 그 일이 23년간 몸 담은 회사를 떠난다는 것이라는 점을 몰랐습니다.

이제 출입처에서 취재기자로 만날 수 없는 상황이 된 만큼 예전처럼 자주 볼 수 없지만 2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한 추억은 잊을 수 없습니다.

특히 그림 같은 풍광을 자랑하는 옥천 군북면 대청호에서 시간을 보냈던 추억은 취재기자 시절 행복한 기억으로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제가 자주 사용하는 비밀번호가 도청 기자실에 있던 책상 전화번호입니다. 그만큼 출입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출입처 제도는 아날로그 시대의 잔재로 디지털 시대를 맞아 변화가 불가피합니다.

`코로나 19'사태 속에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새로운 근무환경이 열렸듯이 기자들의 출입처 역시 어떤 형태로든 재편될 전망입니다.

또 출입처를 탈피한 선임기자 또는 대기자가 신문 분야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어 이 같은 변화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신뢰도가 가장 높은 언론사 중 한 곳이 교육부 기자단에 가입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

그러나 교육부 기자단 가입 여부와 관련 없이 그 언론사는 한국을 대표하는 방송사로 인정을 받고 있어 출입처 무용론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출입처는 숱한 추억의 장소로 자주 사용하는 비밀번호와 함께 남아 있지만 이제 과거의 기억으로만 남겨둬야 할 것 같습니다.

/현대HCN충북방송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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