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존염화 3
세존염화 3
  •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 승인 2020.04.2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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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그대가 밖을 향해 공부한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짓일 뿐이다.

그대들의 수처작주(隨處作主)가 곧 입처개진(立處皆眞)이라.

경계를 맞이하여 온 몸으로 직면하라.

기적이란 물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땅위를 밟는 것이다.



반갑습니다. 무문관 공안으로 보는 자유로운 선의 세계로 여러분과 함께 하는 괴산 청천면 지경리 청운사 여여선원 무각입니다. 제가 상주하고 있는 산골 초암에는 이제 갖가지 꽃이 초암을 장엄하였네요.

이 시간에 살펴볼 공안은 제법실상형 공안인 무문관 제6칙 세존염화(世尊拈花) 3입니다.

가섭의 빙그레 지은 미소는 인간과 천상이라도 모른다고 하였는데요. 이 공안은 선종의 기원이자 동시에 선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지요. 흔히들 불가의 이심전심(以心傳心)을 말합니다. 이는 삼처전심에서 비롯된 것인데요.

삼처전심이란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세 곳에서 법을 전했다는 뜻입니다. 그 세 곳 중에서 첫 번째는 다자탑전분반좌로 이 다자탑은 중인도 비사리성(毘舍離城) 북서쪽에 있습니다. 이 탑은 어떤 장자(長者)가 도를 깨달은 뒤에 그의 가족 60여명이 아버지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것이라고 합니다. 부처님께서 그곳에서 설법하고 계실 때 가섭존자가 누더기를 입고 뒤늦게 오자 여러 제자들이 그를 얕보았다고 합니다. 그러자 부처님은 앉아 계시던 자리의 절반을 가섭에게 양보하여 거기 함께 앉도록 하였습니다. 이것이 첫 번째로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마음을 전한 사건이었습니다.

두 번째가 바로 제 6칙인 세존염화의 공안에 해당하는 염화미소가 발생한 곳인데요. 이심전심이라는 말을 여러분들도 한번쯤은 들어 보셨을 것으로 압니다. 부처님께서 중인도 왕사성(王舍城) 북동쪽 10리 지점에 있는 영취산(靈鷲山)에서 설법을 하실 때 하늘에서 꽃비가 내렸습니다. 그 때 꽃 한 송이를 들어 보이시자 제자들이 모두 무슨 뜻인지를 몰라 어리둥절해 하는데 가섭존자만은 파안미소(破顔微笑)로 빙그레 웃었다는 것입니다. 이에 부처님께서 “바른 법 열반의 묘한 마음을 가섭에게 전한다.”라고 선포하셨다는 겁니다.

세 번째는 사라쌍수곽시쌍부입니다. 부처님께서 북인도 쿠시나가라성(拘尸羅城) 북서쪽의 사라수(沙羅樹) 여덟 그루가 둘씩 마주서 있는 사이에 누우시고 열반(涅槃)하시자 그 숲이 하얗게 변하다고 합니다. 그 때 뒤 늦게 도착한 가섭존자가 부처님의 관 주위를 세 번 돌고 세 번 절하자 이미 열반에 드셨던 부처님께서 관 속으로부터 두 발을 밖으로 내밀어 보이셨다는 것입니다. 선종에서는 이를 교외별전(敎外別傳)의 유일한 근거라고 하여 매우 중요시 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다시 염화미소를 돌아가 부처님께서는 가섭존자의 미소가 당신의 뜻에 계합된다고 하시고 나에게 정법안장 열반묘심 실상무상 미묘법문 교외별전이 있으니 이를 가섭에게 부촉한다고 하셨습니다. 정법안장이란 꽃가지를 든 내용이고 열반묘심도 역시 같은 의미입니다.

이제 백화가 만발한 완연한 봄입니다. 머지않아 온 국민을 괴롭히고 있는 코로나19도 물러가겠지요.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살펴보고 다음 시간에는 무문관 제6칙 세존염화 4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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