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야 산다
변해야 산다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0.04.22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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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익숙한 것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편안하다는 이유로, 습관이라는 이유로 우리는 변화를 두려워한다.

변화는 위험을 감수한 도전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안정된 삶을 포기해야 한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것은 낯섦 그 이상으로 평범한 일상을 바꿔야 하는 수고스러움을 감내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온라인 등교를 통해 원격수업에 들어간 전국의 모든 학교만 봐도 그렇다.

누가 집에서 컴퓨터나 핸드폰을 통해 원격수업을 들을 줄 상상이나 했겠는가.

강의실에서 만나던 교수도, 교실에서 얼굴을 맞대던 교사들도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고, 학생들은 학교를 벗어난 가정에서 수업을 듣는다.

면대면 수업이 어려워지면서 시행된 온라인 수업에 교수,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 당황했다. 온라인 개학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교사와 교수들은 낯선 수업 방식부터 공부해야했다. 낯선 기계 앞에 자존심을 내려놓고 젊은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콘텐츠 제작을 위해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학교 현장은 코로나19를 전·후로 교직 사회도 수업방식도 변했다.

코로나19 전에는 경력이 많은 교사가 멘토가 돼 신규 교사를 대상으로 교직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했다. 하지만 지금은 역할이 바뀌었다. 기계에 익숙한 젊은 교사들이 멘토가 돼 원격수업에 어려움을 겪는 중년 교사들에게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시대가 변했고, 환경이 변했다. 변화된 환경에 맞춰 교수법도 달라졌다.

판서(板書·칠판에 분필로 글을 씀)가 익숙한 교사들도 학생 없는 교실에서 낯선 기계를 앞에 두고 수업을 한다. 아이들이 제대로 이해했는지 표정을 볼 수 없다 보니 교사의 말은 더욱 느려졌고, 설명은 더욱 쉬워졌다.

학교현장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중이다.

기성세대라면 27년 전인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캠핀스키 호텔에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놓고 다 바꿔보자”며 신경영을 선언했던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말을 기억할 것이다. 위기의식을 느낀 이 전 회장은 문제점을 찾기 위해 당시 삼성에서 근무했던 일본인 기술고문들에게 보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보고서에는 “현재 자신들이 제일이라는 자만에 빠져 창조적인 도전을 하지 않는다”라고 적혀 있었다.

고인 물은 썩는다.

4·15 총선 결과만 봐도 그렇다.

더불어민주당은 압승한 반면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참패했다.

선거가 끝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통합당은 선거 결과를 두고 책임공방 중이다.

민심이 변했다. 국민의 눈높이도 달라졌다. 그런데도 탄핵으로 물러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으로 선거판이 유리해질 것이라고, 막말을 쏟아내면 중도층이 움직일 것이라고, 정권 심판 카드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먹힐 것이라고 여겼던 것은 아닐까.

통합당의 참패 원인을 두고 한 보수논객은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의 리더십을 지적하며 “어묵에 간장을 찍어 먹는 것도 어색했다”고 꼬집었다.

iMBC 대표를 지내다 57세에 목회자가 된 조정민 목사가 트윗에 남긴 글이 떠올랐다. `스물에는 세상을 바꾸겠다며 돌을 들었고, 서른에는 아내를 바꾸어 놓겠다며 눈초리를 들었고, 마흔에는 아이들 바꾸고 말겠다며 매를 들었고, 쉰에야… 바뀌어야 할 사람이 바로 나임을 깨닫고 들었던 것 다 내려놓았습니다.'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정치가 달라지면 된다. 교사가 변하면 교실도 달라진다.

`아불류 시불류'(我不流 時不流·내가 흐르지 않으면 시간도 흐르지 않는다)라는 생각만 버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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