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손실에도 `착한 임대료' 동참...오송 H호텔 객실 투자자들 `엄지척'
투자 손실에도 `착한 임대료' 동참...오송 H호텔 객실 투자자들 `엄지척'
  • 오영근 기자
  • 승인 2020.04.22 1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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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탓 월 매출 반토막 심각한 경영위기 속
카톡 통해 찬반투표 … 3개월간 50% 감면 뜻 모아
호텔 측 “건물주도 아닌데 … 경영 정상화로 보답”
청주 오송H오텔 투자자들이 카카오톡을 통해 실시한 착한 임대료(50%반납) 찬반 투표 장면. (오른쪽) 청주 오송 H호텔 세종시티 전경.
청주 오송H오텔 투자자들이 카카오톡을 통해 실시한 착한 임대료(50%반납) 찬반 투표 장면. (오른쪽) 청주 오송 H호텔 세종시티 전경.

 

청주의 한 분양형 호텔 구분소유주(이하 투자자) 30여명이 엄청난 투자손실의 고통속에서도 경영난에 빠진 호텔을 살리고자 ‘임대료 50% 반환’을 자청하고 나서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슈가 되고 있는 호텔은 청주시 흥덕구 오송 H호텔 세종시티(대표 박용수).

300개 객실과 58개 상가를 갖춘 분양형 호텔로 지난 2017년 5월 밸류호텔세종시티란 이름으로 준공돼 영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영업시작과 함께 호텔 운영사 측이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하면서 투자자들과 갈등을 빚게 됐다.

분양당시 약속했던 객실 임대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못한게 화근이었다. 투자자들은 임대료는 고사하고 은행권 대출 이자비용까지 떠안는 등 심각한 재산손실을 입게 됐다.

영업개시 이후 운영사가 바뀐 지난해 6월까지 2년여동안, 전 호텔 운영사가 지급하지 못한 임대료는 어림잡아 59억여원. 182명 투자자 1명 당 3000만원이 넘는 액수다.

이런 이유로 그사이 투자자들과 호텔 운영사간 민·형사 소송이 벌어졌고 지리한 다툼 끝에 호텔운영사 대표는 사법처리됐다. 하지만 그 뒤 호텔 운영은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기형적인 국면을 맞게 됐다. 호텔의 운영을 놓고 투자자들이 갈라지면서 2개의 호텔로 쪼개진 것이다.

현재 이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법인은 `오송 H호텔 세종시티'와 `세종시티 오송호텔' 두 개.

이중 오송 H호텔은 당초 호텔 공사를 맡았던 신한종합건설㈜가 만든 운영법인이다. 신한종합건설이 소유하고 있던 객실 63개(상가 58개)에다 38명 투자자들이 소유한 객실 58개를 임대해(전체 121개 객실) 지난해 7월부터 호텔을 운영해 오고 있다. 이후 오송 H호텔은 호텔경영을 정상화시키면서 객실에 대한 임대료(분양투자금의 3%)를 차질없이 지급해 왔다.

하지만 올 초 불어닥친 코로나19의 여파로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

올들어 월 매출이 반에 반토막나면서 지난해 월 평균대비 4분의 1수준으로 급락했다. 객실 투숙객이 줄고 정부기관과 대학, 사회단체 등의 각종 호텔행사가 취소된 탓이다.

호텔은 30여명의 직원중 10여명을 구조조정하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호텔의 이런 상황이 전해지자 오송 H호텔 투자자들은 즉각 상생협의회를 만들고 호텔의 어려움을 공감하기로 뜻을 모았다. 먼저 그동안 받아왔던 임대료를 석달동안 50%씩 낮춰주자는 의견이 나왔다. 회원들은 카카오톡 단체방을 통해 찬반 투표를 벌였고 22일 현재 대부분의 회원들이 찬성의견을 밝혔다.

협의회 회장인 김모씨는 “사실 회원들 모두 호텔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엄청난 손해를 본 사정임에도 회원들이 뜻을 같이해줘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H호텔 고동관 차장은 “착한 임대료는 건물주가 임차인에게 월세를 깎아 주는 경우인데 우리 호텔 투자자자들은 건물주라기보다 손해를 본 투자자임에도 이렇게 선의를 보여 너무 고맙다”며 “호텔 경영 정상화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오영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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