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텔기우스가 폭발한다구요?
베텔기우스가 폭발한다구요?
  • 한강식 속리산중학교 교사
  • 승인 2020.04.22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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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한강식 보은속리산중학교 교사
한강식 속리산중학교 교사

 

올해 초 `베텔기우스 폭발 임박'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돌면서 많은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였다. 수십 억년을 우주에서 떠돌던 별의 장엄한 최후를 목격할 수 있다니. 게다가 폭발의 순간 보름달마저 무색할 정도로 밝은 빛을 내뿜는다고 하니 생각만으로도 입이 딱 벌어질 만한 장면일 것이다. 다만, 수십만 년조차 찰나로 생각하는 천문학에 있어 `임박'이란 것이 당장 오늘 내일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함정이라면 함정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거인인 사냥꾼으로 묘사되는 오리온자리에 속한 주황색 별 베텔기우스(Betelgeuse)는`거인의 어깨'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워낙에 유명한 오리온인지라 일생에 대한 이야기도 책마다 각양각색이다. 가장 유명한 이야기 중 하나는 처녀의 신인 아르테미스가 가족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가까이 지냈던 남성이 오리온이었다는 것이다. 둘 다 사냥이 취미인지라 마음이 잘 맞았던 듯하다. 하지만 아폴론에게 속은 아르테미스가 활을 쏘아 오리온을 죽였다는 비극적인 이야기로 끝난다. 초신성 폭발이라는 화려한 종말과는 다소 거리가 먼 죽음이다.

베텔기우스가 정말 초신성 폭발이 임박했는지의 여부는 아직 갑론을박이다. 베텔기우스의 폭발을 예측하는 주장의 근거는 밝기 감소이다. 최근 1년 사이에 베텔기우스의 밝기가 평소의 70% 수준으로 급격하게 줄어들었는데, 그 원인을 연료 고갈로 죽음에 가까워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폭발이 임박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베텔기우스가 과거에도 밝기가 상당히 감소했던 적이 있었음을 근거로 든다. 원래 베텔기우스는 밝기가 변하는 변광성이다. 수 일 정도의 짧은 변화 주기에서 수백 일에 걸친 긴 변화 주기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 주기가 우연히 맞아떨어지면 평소보다 밝기가 상당히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베텔기우스 전체 면적의 절반 정도만 밝기가 감소했음을 밝혀냈다. 이는 별로부터 방출되는 다량의 먼지가 별의 일부를 가림으로써 별의 밝기를 어둡게 만든 것일 뿐 초신성 폭발 징후와는 상관이 없다고 설명한다. 게다가 2월 중순 이후에는 베텔기우스의 밝기가 다시 밝아지고 있어 폭발 임박설의 힘을 더욱 빼고 있다.

사실 과학자들이 초신성 폭발을 기다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초신성이 폭발하는 순간 엄청난 에너지와 다량의 중성미자와 중력파가 방출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검출이 쉽지 않지만 우주에 대한 연구를 위해 중요한 요소들이다. 베텔기우스와 같이 비교적 가까이 있는 거대 천체가 초신성 폭발을 일으킨다면 중성미자와 중력파의 이해를 넓히는 데 중요한 자료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여하튼 베텔기우스의 수명이 꽤 막바지에 다다랐음은 많은 학자가 동의하는 바이다. 이왕 폭발할 거면 나 살아있을 때 폭발해 달라고 기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전무후무한 최고의 우주쇼가 될 베텔기우스의 초신성 폭발을 선뜻 후대에 양보하고 싶지는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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