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 공감능력이 승패 갈랐다
4·15총선 공감능력이 승패 갈랐다
  • 석재동 기자
  • 승인 2020.04.19 1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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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석재동 부장
석재동 부장

 

4·15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참패했다. 통합당 지역구 84석과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19석을 합하면 총 103석을 얻었다. 의석수 과반경쟁을 벌이던 더불어민주당이 180석(더불어시민당 17석 포함)을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그 패배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이를 두고 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꼭 필요한 만큼이라도 표를 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드린다. 정부와 여당을 견제할 작은 힘이나마 남겨주셨다”고 애써 의미를 부여했다.

당내에서도 개헌 저지선(100석)을 가까스로 지켜냈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으나, 그만큼 민심은 싸늘했다.

그렇다면 언론에선 통합당의 참패이유를 어디에서 찾았을까. 여러 이유가 거론되지만 통합당 구성원들의 `공감능력'부족이 가장 많이 손에 꼽힌다. 공감능력부족은 통합당을 `비호감정당'으로 전락시켰다. 총선결과 여당의 압승은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닌 통합당이 싫어서로 압축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3년여간 통합당내에선 거친 발언들이 각광받았고, 그 때마다 국민들은 눈살을 찌푸리기 일쑤였다.

지난 2월 보수통합을 이뤄내면서 총선정국을 `해볼만한 선거수준'까지 끌어올렸던 통합당은 선거막판 터진 막말에 속절없이 떨어지는 표심을 바라만 봐야 했다.

차명진 후보(경기 부천병)는 세월호 유가족과 자원봉사자 간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다는 발언으로 막말논란의 중심에 섰다.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터진 대형 악재는 사전투표에 직격탄을 날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서울 관악갑 김대호 후보는 30·40대와 노인 등 특정 세대 비하발언으로 중앙당에서 제명처분을 받기도 했다. 통합당계열의 정당 후보가 선거운동기간 중 후보자격을 박탈 당한 첫 사례다.

황교안 대표의 `n번방 호기심 발언'도 공감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황 대표는 “호기심 등에 의해서 이방에 들어 왔는데 막상 보니까 적절치 않다 싶어서 활동을 그만둔 사람, 이런 사람들에 대해서는 판단이 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모든 사례는 통합당이 그토록 자신들의 울타리로 끌어들이고 싶어했던 중도층의 상식과는 거리가 있는 발언이고 행동이었다. 결국 통합당이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든 건 예견된 수순이었던 셈이다.

지난해 11월 17일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김세연 국회의원(부산 금정)이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밝힌 소신은 당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으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그는 총선을 앞둔 한국당을 향해 감수성이 없고, 공감능력이 없으며, 소통능력도 없는 3무(無) 정당이라며 인적쇄신을 요구했다.

심지어 “한국당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 이 당으로는 대선 승리는커녕 총선 승리도 이뤄낼 수 없고 무너지는 나라를 지켜낼 수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한국당은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이고 생명력을 잃은 좀비 같은 존재”라고도 했다.

김 의원은 “세상 바뀐 걸 모르고 환경에 적응 못 하면 도태되는 게 섭리인데 이를 거스르고 버티면 종국에는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형준 통합당 공동 선거대책위원장도 총선 참패 후 언론인터뷰에서 “자기주장만 옳다고 할 게 아니라 받아들이는 쪽에서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서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고 공감능력부족을 안타까워했다.

자신들의 주장이 옳았는지 되돌아보지 않고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과 주장만하는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주어지는 건 패배뿐이다. 양반의 고장으로 막말논란과 거리가 멀었던 충청권 후보들에겐 안타까운 현실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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