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야꽃이 피었습니다
호야꽃이 피었습니다
  •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 승인 2020.04.16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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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영 변호사의 以法傳心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사람과 친해서 사람이 키우는 대표적인 동물인 개와 고양이 등을 두고 애완동물로 부르던 것이 이제 반려동물로 불리고 있습니다. 사전적 의미로써 `애완(愛玩)'은 `동식물 따위를 사랑하여 가까이 두고 보며 귀여워함'이고, `반려(伴侶)'는 `생각이나 행동을 함께하는 짝'이나 `항상 가까이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하는 말'로 정의되고 있습니다. 전자의 애완은 사람이 우월한 존재로서 동물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대상이 되는 의미이지만, 후자의 반려는 똑같은 생명이 같이 존중되고 만물이 평등하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개정된 동물보호법에서도 `반려동물'이란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개, 고양이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동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이 법의 변화를 이끈 것입니다. 휴머니즘이 담긴 뜻이니 `반려'라는 표현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사람의 반려가 동물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식물 역시 사람의 반려입니다. 움직이는 동물이 아니다 보니 눈에 보이는 소통이 없다고 볼지 모릅니다. 사람 중심의 시각을 내려놓으면 식물도 움직이는 생명입니다. 필자에게는 유년시절을 늘 함께했던 진돗개가 있었지만, 지금은 반려동물은 없고 집 안 베란다에 반려식물이 가득합니다. 배열순서에 따라 애플민트, 장미허브, 페퍼민트, 미니장미, 레몬나무, 백량금, 호접란, 구문초, 스투키, 산호수, 스킨답서스, 크루시아, 벵갈고무나무, 구즈마니아, 마삭줄, 카랑코에, 금전수, 호야, 동양란 2개 등 미안하지만 이름 모를 식물까지 스무 개가 훌쩍 넘습니다.

이렇게 비교적 젊은 나이에 초록이 가득한 실내정원을 가꾸게 된 것은, 선물 받은 화분들이 화원에서 가장 예쁜 모습으로 가꾸어져 보여지다가 시들해지면 다음해에 꽃피우지 못해 방치되는 것은 선물로 주신 분과 반려식물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다시 생명이 가득하도록 살려보리라는 욕심 때문입니다. 그 욕심이 너무 앞서 과잉 애정을 쏟으면 안 되고, 적당한 관심과 무관심으로 일조나 반그늘, 배수 등에 신경 쓰면 초록 가득하게 쑥쑥 자라나 그 어렵다는 꽃을 피우게 됩니다.

3월 내내 짙은 사과향과 장미향의 꽃을 피운 춘란, 춘란이 지고 나니 향기는 없지만 화려한 연보라색의 꽃을 피운 호접란, 죽어가는 것을 들여왔더니 노란색 은은한 향의 꽃을 여러 달 내내 피우는 마삭줄, 3년 만에 다시 연노랑의 꽃을 피운 구즈마니아, 보통 금전수에 덤으로 심어주는데 덩굴로 자라면서 그 줄기를 자르지 않고 기다리면 아침저녁으로 짙은 초콜렛 향이 진동하는 귀한 꽃을 피워내는 호야, 반그늘에서 사시사철 싱그러움을 자랑하는 각종 허브와 스킨답서스, 우리 아이들이 과학실험을 한다고 레몬씨앗을 키워내 자라난 레몬나무, 이 모든 나의 반려식물이 사랑스럽습니다. 또 작년에 들여놓은 구문초(驅蚊草)가 말 그대로 모기를 쫓는 식물인데, 여름에 모기를 쫓아낼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오늘도 일어나서 늘 싱그럽고 사랑스러운 이 친구들을 어루만지며, 헌법전문(憲法前文)의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라는 문구를 떠올립니다.

/변호사·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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