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건강칼럼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5.14 09: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간, 폭행, 사고의 충격
강 철 민 원장 <청주신경정신과>

인간의 뇌는 일상적으로 겪는 기분이 나빴거나 안 좋았던 기억을 자체적으로 정리해 잊게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잠자는 동안, 특히 눈동자를 움직이며 꿈을 꾸는 REM(빠른 눈운동) 시기에 이런 작업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상적으로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인 기억의 경우 이런 기억들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남아 있게 된다.

강간이나 폭행, 교통사고와 같은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이후 반복적으로 그 사건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고 악몽을 꾸며, 다시 그런 사건들이 발생할 것 같은 두려움에 힘들어하고, 집중력의 저하 및 깜짝깜짝 놀라는 등의 반응이 1개월 이상 진행이 된다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이런 반응은 사고 후 3개월 이내 주로 나타나지만, 그 이후에도 나타날 수 있다.

외래를 찾아오는 환자 중에는 강간당할 때 강간범이 머리카락을 만진 것이 잊혀지지가 않아 머리를 삭발하고, 집밖에도 안 나가거나, 남편에게 신체적 폭행을 상습적으로 당한 이후 몽둥이나 뾰족한 물건만 봐도 깜짝깜짝 놀라는 경우도 있으며,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 계속 악몽을 꾸고 그 이후 차를 아예 못 타기도 한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내릴 정도로 심각하지 않더라도 어린 시절의 충격적인 사건들은 쉽게 잊혀지지가 않는다.

어렸을 때 부모에게 회초리를 맞았던 기억이라든지, 옆집 오빠나 친오빠에게 가벼운 성추행을 당했던 기억,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셨을 때의 모습 등은 평생 잊혀지지 않으면서 당사자의 성격과 생각방식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된다.

과거에는 정신치료나 약물치료를 통해 이런 부분에 대한 치료를 했지만, 최근 미국의 샤피로 박사에 의해 개발된 EMDR(눈운동 민감소실 재처리 요법) 치료법을 사용해 치료하고 있다.

이 치료는 충격적인 기억이나 잊고 싶은 기억을 지우거나 사건은 기억나지만 힘들었던 감정은 사라지게 만드는 치료법이다. 평균 1∼3회 정도의 치료를 하며 회당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해당될 정도의 충격뿐 아니라 정도가 작은 안 좋은 기억들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하는데 지장이 있다면 전문의 치료를 받길 권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