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에 대가 없는 삶
소신에 대가 없는 삶
  • 우상구 청주시 서원구 환경위생과 주무관
  • 승인 2020.04.1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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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상구 청주시 서원구 환경위생과 주무관
우상구 청주시 서원구 환경위생과 주무관

 

“소신에 대가가 없는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

요즘 나날이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JTBC 금토 드라마 `이태원클라쓰'에 나온 대사이다. 이태원이라는 여러 나라의 문화와 가치관이 어우러지는 곳에서 자유로이 소신을 지키려는 청춘들의 단단하고 뭉클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드라마라는 것이 그저 보고 재미를 느끼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이 드라마에서 주목할 만한 점을 봤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를 통해 `소신'과 `타협'이라는 두 가치관의 대립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 전례가 없었던 감염병 코로나19 사태가 정말 심각하다. 그리고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이 일상 속에서 행여나 내가 감염되지 않을까 불안에 떨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지자체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역학조사관들의 도움을 받아 확진자의 동선을 날짜·시간대별로 파악해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일부 확진자의 이동경로를 통해 사생활이 고스란히 공개되면서 무분별한 비난과 억측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흔하지 않은 특별한 동선을 보인다 해서 `불륜이 아니냐'라는 추측성 주장이 나오고, 특정 시간에 노래방을 수차례 방문했다는 이유로 한 여성 확진자에게는 노래방 도우미라는 조롱이 쏟아졌다.

모두가 알다시피 코로나19는 잠복기에도 전염이 일어나고 그 기간이 길어서 내가 감염됐어도 감염됐음을 알아차릴 수 없다. 그들이 마치 죄인이 된 것처럼 그러한 비난과 조롱을 당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그들에겐 주변에서 보는 왜곡된 시선을 인정하지 않아야 하는 소신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 맞서 소신을 지키는 일은 스스로 해야만 한다.

심리학에서 쓰는 말 중에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로, `가스등(Gas Light, 1938)'이란 연극에서 유래한 말이다.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보여준 `소신에 대가 따른다'라는 의미는 다수의 편협한 시선에 노출되기 쉬운 약자는 강자가 약자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왜곡해 약자 자신의 소신을 의심하게 할 때 그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은 약자 본인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남이 대신 치러줄 수 있는 것이라면 굳이 대가라고 표현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편협한 시선에 저항하는 소신 있는 사람들에게 그들을 둘러싸고 타협을 강요하는 사람들과 덩달아 고정관념을 가질 게 아니라 마음을 열고 그들의 입장이 돼 공감하고 응원해 줘야 한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대유행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외출을 삼가고 집에 머무르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시기에 방 안에서 드라마를 시청한다는 것은 참 좋은 생각이지만 드라마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뜻깊은 의미를 생각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멋진 드라마 시청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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