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법 수업
로마법 수업
  • 오승교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0.04.1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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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오승교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오승교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역사는 늘 흥미롭다. 세계사에 있어서 로마 시대는 특히 중요한 획을 그었다고 생각한다. 거대한 제국을 오랜 시간 동안 이끌어 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도서 `로마법 수업'(한동일 저)은 총 17개의 Lectio로 구성되어 있다. 장마다 로마법에 대한 설명과 그 법과 관련한 현대 사회의 모습을 대비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크게 노예와 여성을 주제로 이 책은 로마법의 개념과 근간을 말해준다.

로마법의 핵심은 절충과 조율에 있다. 저자는 “최고의 원칙은 원칙 자체에 있지 않을 것입니다.” 라는 말로 로마법을 한마디로 정리한다. 이는 실용주의를 기본으로 삼았던 로마의 통치 이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광대한 식민지를 지배했던 로마는 자신들의 법과 문화를 강요하지 않고 그들의 문화를 수용하는 유연한 통치제도를 채택했다. 로마는 그들의 절충과 조율이라는 최고의 원칙을 가지고 있었을 때 융성했으며 그 원칙을 잃었을 때 쇠락하였다. 로마의 힘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통치에 있어선 더 유연하려고 노력했다.

“인간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특권에 대한 의지가 있다” 로마 시대에는 시민권이라는 특권 계층이 법적인 보장 속에 많은 혜택을 누렸다. 투표권이 있었고, 공직에 임명될 수 있었으며, 자산 소유, 변호, 항소의 권리 등 많은 특권이 보장되어 있었다. 지금은 특권이 아니라 모두가 갖고 있는 당연한 권리였던 것이 당시에는 특권으로 분리되어 있었다.

로마 시대는 이처럼 법적으로 명시된 신분 사회였다. 반면 우리 사회는 법적으로 신분이 없는 평등한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신분 제도가 법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만 빼고는 여전히 로마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인류의 역사는 명백한 차별과 구별의 시대로부터 평등을 꿈꿨고, 그 결과 현재 우리는 명목상 평등한 사회까지는 도달해 있습니다. 명목상의 평등을 넘어 실질적인 조화와 균형을 찾아야 할 시대가 아닐까요?”

명목상의 평등이 아닌 진정한 평등의 해답은 무엇일까? “불평등한 사회에서 우리가 그나마 자유를 찾을 길은 비록 같은 사회의 일원으로 묶여 있다 할지라도 지위와 계층을 구분하지 않고 사람 대 사람으로서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길뿐입니다.”

로마법 수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로마의 법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평등하고 동등한 인간임을 말하는 인간학 수업이다. 4월 15일 투표를 앞두고 있다. 로마 시대의 특권이었던 투표권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진정한 평등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첫 단계로 투표를 특권이라 생각하고 소중한 권리를 행사해보길 권해본다. 마지막으로 키케로의 명언을 새겨본다 `우리가 인간이라는 것을 기억합시다'-키케로(Homines nos esse meminerim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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