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에 대한 짧은 생각
자유에 대한 짧은 생각
  • 배경은 단재기념사업회사무국장
  • 승인 2020.04.12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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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배경은 단재기념사업회사무국장
배경은 단재기념사업회사무국장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구속된다. 생노병사에 구속되고 희노애락에 구속된다. 제도와 형식, 그리고 사회 안에 구속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유를 갈망하고 자유에 목말라하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유례없는 전염병의 창궐로 거의 모든 학교가 개학을 미루거나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아진 아이들과 청소년은 시간을 주체할 수 없어 방황하거나 집에서 휴대폰을 매개로 타인과 소통하고 있다. 우리 집 아이도 고3임에도 불구하고 맥락 없이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동영상을 보는 시간 외에는 거의 게임을 하며 보내고 있다.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고 혹은 학교에서 자유를 통제당한다는 말로 불만을 토로하던 학생들은 자유로운 시간을 손에 쥐고도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는 듯했다. 한 번도 자유를 주체적으로 써 본 적이 없으니 그럴 것도 같다.

여기 작고 귀여운 아기염소가 진정한 자유를 찾아 떠난 지 한나절 만에 늑대의 저녁 식사가 되고만 『스갱 아저씨의 염소』 이야기가 있다. 『별』로 잘 알려진 알퐁스 도데가 글을 짓고 프렝세스 캉캉이 그림을 그린 책이다. 알퐁스 도데라 하여 섬세하고도 블링블링한 이야기를 상상한다면 조금 놀랄 수도 있겠다.

어떤 값을 치르더라도 드넓은 들판에서 자유롭게 살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한 아기염소가 있다. 염소의 주인아저씨는 언제나 먹을 풀이 많은 곳을 골라 길게 말뚝을 박고 험한 날씨뿐 아니라 사나운 짐승에게서 안전하고 안락한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블랑게트'라는 이름도 지어주며 정성을 다해 키웠다. 그러나 그날이 그날 같은 지루한 일상을 보내는 아기염소는 먼 산을 바라보며 목에 상처를 내는 끔찍한 줄 없이 넓은 들판을 마음껏 뛰어다닌다면 얼마나 좋을지 상상한다. 울타리 안에서 풀을 뜯는 것은 당나귀나 소한테나 어울리는 일이라며 언제나 자유를 갈망한다.

무턱대고 자유를 갈망한 아기염소는 결국 아저씨 집을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목줄도 말뚝도 없는 아름답고 흥미로운 산속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신기한 꽃들과 처음 맛보는 풀을 뜯어 먹고 자유로움을 만끽했다. 그러나 좋은 환경에서 잘 살아 내는 것은 쉽다. 삶의 진면목은 어려울 때 나타나는 것처럼 해가 지고 밤이 찾아오면서 블랑게트에게 울타리 없는 어둠이라는 엄혹한 시간이 찾아왔다. 결국, 앞에서도 말했듯이 당차고 꿈 많던 어린 염소는 동이 트기 시작할 무렵 늑대의 먹이가 되고 만다.

안락하지만 자유가 없는 삶과 위험천만하지만 자유가 있는 짧은 삶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과연 어떤 삶을 살아보고 싶은지 고민했다. 당차고 꿈 많은 아기염소가 자유를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는 어떤 대비책이 있었다면 그렇게 맥없이 포식자의 먹이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안전한 일상을 살면서 자유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위험에 대비한다는 것은 어쩌면 진짜 자유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문득, 난 정말 자유롭지 못한 사람인가 하는 생각에 이른다. 그리고 자유의 기준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자유에 대한 온도 차이가 있겠지만 한 번도 이성의 끈을 놓지 못하고 살았던 내가 자유를 운운하는 것이 자유라는 이름에 누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복잡하게 얽힌 생 안에서 내가 누릴 수 있는 자유는 어떤 것인지 더 고민해봐야겠다. 자유! 한마디 뱉어내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도록 아름답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지금은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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