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와 행복
선거와 행복
  •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 승인 2020.04.12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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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스위스 사람 6천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재미있는 연구가 있다. 정치학자들로 이루어진 연구팀은 지역별 민주주의 점수와 행복 점수를 조사하여 비교 분석하였다. 결과는 민주적 제도가 잘 갖추어진 지역 시민들이 삶에 더 만족한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정치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시민 행복을 높인다는 것'이다. 민주적 제도의 혜택은 똑같이 받더라도 그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삶의 만족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같은 지역으로 이사한 이민자들은 결정된 민주적 제도의 혜택은 똑같이 받지만, 결정 과정 참여에 제한이 있어 원 거주민보다 행복감이 낮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시민 행복을 높이는데 제도와 내용도 중요하지만, 참여 과정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비단 정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가정, 학교, 회사 등 다양한 사회 조직 모두에 해당한다. 가정 내에서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 가족 구성원 모두의 의견을 듣는 행위만으로도 가족은 더 행복해진다. 회사에서도 직원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아이디어와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 때 자기 일에 더 만족하고 생산성도 올라간다.

행복은 자기 결정권과 관련 있다. 결정할 수 있을 때 선택할 수 있을 때 행복하다. 삶에 대한 주도성이 행복감을 높인다. 선택권이 사라지면 우울과 상실의 늪에 빠진다.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책임을 돌린다. 내가 이렇게 아프고 불행한 것은 다른 사람 탓이라며 원망하고 미워한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사람이 되고 내 행복은 타인에게 의존하게 된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결정권을 행사해야 한다. 더는 남 탓하지 말고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할 수 없는 것은 철저히 무시하고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자유인이 될 것인가? 노예가 될 것인가? 는 선택권 행사 여부에 달려 있다.

사람들이 분노와 같은 강한 부정적 정서감을 경험하는 것은 `소외감'을 느낄 때다. 소외감은 인류의 진화적 추동에서 만들어진 생존 전략이다. 공동체에서 부정당하게 되고 쫓겨나게 되면 강한 부정적 감정을 경험한다. 공동체로부터의 소외는 생존을 위태롭게 만들기 때문에 부정적 정서로 행동을 제어한다. 반대로 선택권을 행사하고 결정 과정에 참여하게 되면 공동체 일원으로 인정받는다. 공동체의 보호를 받아 생존 가능성도 올라간다. 생존에 도움이 되는 좋은 행동을 했기 때문에 행복감이라는 `적극적 보상'을 받는다.

21대 총선 사전투표율이 26.69%라고 한다. 역대 최고로 높은 수치다. 코로나19 등 다양한 영향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선거 참여율이 높아진 것이다. 선거야말로 가장 적극적인 정치 참여다. 자신과 공동체의 미래를 향해 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투표야말로 가장 강력한 자유의지의 표현이다.

이제 남 탓은 그만하자. 남 탓하는 것 자체가 자기 부정이다. 불행한 사람들이 선택하는 방법이다. 이런 사람들이 지도자가 되면 공동체가 위험에 빠진다. 후손들에게 더 행복한 세상을 물려주고 싶다면 적극적 투표로 결정권을 행사하자. 깨어 있는 시민, 참여하는 시민이 행복한 세상을 만든다. 적극적 선거 참여 자체가 행복이다. 부정의 늪에서 원망의 고리에서 벗어나자. 남 탓으로 미래를 창조할 수 없다. 지긋지긋한 과거의 유령에서 벗어나 행복한 사회로 나가는 문을 열자. `선거 참여'로 세상을 바꾸고 더불어 행복해지자. 4월 15일 총선 투표 결과가 벌써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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