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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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5.14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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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보는 스승의 자리
이 성 범 <단양 영춘중학교장>

올해도 변함없이 5월 15일은 스승의 날입니다. 사랑과 존경의 헌사가 학교마다 가득해야할 날이지만, 오늘 이 땅의 선생님들에게 이날이 그렇게 달갑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희망은 학교에, 선생님들에게 있다고 많은 사람들은 굳게 믿고 있습니다. 오늘 다시 스승의 자리를 돌아봅니다. 마침 설렘과 두려움속에 교단에 첫발을 내디딘 초임선생님의 글을 접할 기회가 있었기에 지금도 그 감동이 못난 저의 가슴에 전율로 남아 좁은 지면을 통해 다시 돌아보는 스승의 자리를 마련해보고자 합니다.

서울 남한산 아래에 자리잡은 모 초등학교의 박 선생님과 김 선생님, 그리고 조 선생님에게는 올해 스승의 날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세분의 선생님 모두 이젠 학생이 아닌 선생님으로서 처음 맞게 되는 스승의 날이기 때문이다. 셋은 힘들 때마다 남에게 쉽사리 내보일 수 없는 속내를 털어놓고 의지할 수 있는 이제는 동료 교사라기보다는 서로 서로에게 든든한 후원자다.

"아이들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가르치는 방법을 이야기하다보면 서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배우게 돼요."

정말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도움이 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초임발령과 함께 담임을 맡은 박 선생님이 교단에 선 시간이라야 이제 두달 남짓, 아이들과 부대끼다 보면 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간다. 지금이야 웃으면서 말하지만 1시간을 위하여 준비했던 자료들이 10분만에 바닥이 나버려 나머지 시간 동안 진땀깨나 흘리는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웃는 아이들보면 엄한척 하기 쉽지 않아요. 학생들과의 첫 만남부터 엄격한 모습을 보여줘야 1년 동안 지내기가 수월하다고 선배들은 말했지만 밝게 웃는 아이들을 보면 제 마음도 금세 푸근해져서 엄한척 하기가 쉽지 않아요"하는 박 선생님의 해맑은 얼굴을 마음속으로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가하면 조 선생님은 "지난주 보이스카우트 발대식에서 한 학부모가 카네이션을 달아줬어요. 난생처음 제 가슴에 카네이션이 달려 있었죠, 지금까지는 제 손으로 카네이션을 선생님께 달아 드렸는데"하며 열과 성을 다하여 학생들을 가르칠 것을 다짐하는 소박한 모습을 그릴 수 있었고, 김 선생은 보통 1주일에 두 세번 만나게 되는 교과 영어담당인 저는 그날따라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고 극성스러워 몇몇 학생들에게 화를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단다. 화를 제어하지 못한 자신의 모습에 속이 상해서 잠시 복도에 서 있을 때 그반 담임선생님이 다가와서 "우리반 아이들이 좀 극성이지, 김 선생, 다른반보다 더 힘들거야, 김 선생이 이해해줘" 격려해주는 선배교사의 말을 듣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그만 엉엉 울어 버렸단다.

그렇습니다. 선생님은 어쩌면 자꾸만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는 그래서 더욱 힘든 자리인지도 모릅니다. 돌이켜보면 30년이 지난 저역시 위 세분의 선생님처럼 초심으로 학생들을 향한 사랑과 열정으로 얼마나 따스한 교육애를 가지고 미래의 꿈나무인 제자들을 가르쳐 왔는지 부끄럽기 그지없는 일이었습니다.

흔히들 '선생님은 수업으로 말한다' 고 합니다. 그만큼 선생님이 되려했던 지난날의 노력보다 스승으로 남기 위해 교직에 대한 꿈과 희망을 품고 하나하나 배우는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이 세분 선생님들을 통하여 못난 저는 다시금 알게 되었습니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진정 '가르친다는 것은 희망을 말하는 것, 배운다는 것은 성실을 가슴에 새기는 것'이라고 일찍이 '스트라스 부르대학의 노래'에서 갈파한 프랑스 시인 아라공의 글을 다시금 가슴속깊이 새겨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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